'바다거북의 움직이는 성'...등갑에 15만 생물 서식

  • 임병선 기자
  • 2020.06.17 15:04
붉은바다거북 (사진 flickr)/뉴스펭귄

바다거북 등갑 표면에서 15만 마리 생물이 생태계를 이루고 산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 지브리스튜디오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이동하는 성 안에 여러 생물체가 살며 움직이는 거주지를 이룬 장면이 나온다.

지브리스튜디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틸컷 (사진 지브리스튜디오)/뉴스펭귄

붉은바다거북 등갑에 사는 미생물이 평균 3만 4000마리라는 바다거북 연구 논문이 해양생물학 학술지 다양성(Diversity)에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연구진이 조사한 붉은바다거북 중 한 마리 몸에는 약 15만 마리 미생물과 갑각류 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소형 생물이 거북 등갑 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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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바다거북이 '움직이는 서식지' 역할을 한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바다거북 등갑에 얼마나 많은 생물이 사는지, 어떤 생태계를 가졌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붉은바다거북 등갑에서 발견된 소형 생물 중 대부분은 선형동물이었고 작은 갑각류, 단각목(절지동물 일종), 히드라충(해파리처럼 말랑한 몸을 가지고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 생물), 세균 등도 있었다고 밝혔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선형동물 일종 (사진 flickr)/뉴스펭귄

연구진 설명에 따르면 바다거북 등갑 표면은 축소판 생태계다. 작은 생물들은 등갑 위를 돌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했다. 히드라충은 갑각류와 가재류를 잡아먹고, 갑각류와 가재류는 선형동물과 같은 더 작은 생물을 잡아먹는다. 선형동물은 세균을 먹었다.

바다거북 등갑이나 피부에는 만각류(따개비처럼 두꺼운 껍데기를 가지고 바위나 조개 등에 붙어사는 생물)가 서식하기도 한다. 만각류는 자리 잡은 곳을 파고들며 성장하는 탓에 등갑을 깨트리거나 피부 속에 자라 바다거북 생명을 위협한다. 

이번 연구는 바다거북 등갑에 사는 소형 생물이 만각류와 달리 바다거북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바다거북 종마다 만각류가 붙는 빈도에 차이가 있는데 붉은바다거북은 만각류가 많이 붙는 편에 속한다.

바다거북 등갑에 사는 여러 생물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해 번식한다는 과학자들 시각도 있지만 관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만각류가 붙은 붉은바다거북 (사진 flickr)/뉴스펭귄

한편, 이번 연구 대상인 붉은바다거북(학명 Caretta caretta)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 리스트에 취약종으로 분류된 멸종위기종이다. 

어린 붉은바다거북 (사진 flickr)/뉴스펭귄
새끼 붉은바다거북 (사진 flickr)/뉴스펭귄
붉은바다거북은 IUCN 레드 리스트에 취약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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