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짧아서… 겨울엔 더 힘든 ‘한국 산양’의 비애
다리가 짧아서… 겨울엔 더 힘든 ‘한국 산양’의 비애
  • 채석원 기자
  • 승인 2019.01.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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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4일 용마산에서 촬영한 산양의 모습 (사진=환경부 제공)
지난해 10월 24일 용마산에서 촬영한 산양의 모습 (사진 환경부 제공)/뉴스펭귄

지난해 6월 서울 용마산에서 반가운 동물이 발견됐다. 용마폭포공원의 축구장의 관리인이 산양을 목격했다고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제보했다. 이후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강유역환경청,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용마폭포공원 인근 산지를 살피다 수컷 산양 한 마리와 마주쳤다. 멸종위기종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이 서울에서 발견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다시 용마산 일대에서 찾은 배설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암컷 한 마리가 추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반가운 소식은 다시 이어졌다. 이들 산양이 지난해 12월에도 여전히 용마산에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 환경부는 산양이 용마산을 겨울나기 장소로 선택했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산양은 한 지역에서 평생을 사는 습성이 있다. 용마산이 산양의 서식지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처럼 산양이 서울에서까지 발견됐다곤 하지만 산양 개체가 풍부한 건 아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 사는 산양의 수는 700~800여마리로 추정된다. 비무장지대(DMZ), 양구·화천, 설악산, 울진·삼척·봉화 4개 지역에만 100마리 이상이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높은 산 깊숙한 곳의 절벽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용마산에서 발견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개체 수가 적어져 낯선 동물이 됐지만 산양은 한국인에게 매우 친근한 동물이었다. 200만 년 전부터 존재해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산양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흔한 동물이었다. 12간지 중 여덟 번째 동물이란 점만 봐도 산양이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산양은 비교적 흔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모피와 고기, 약재를 이용하기 위한 사람들이 1960년대에 무차별적으로 남획한 바람에 어느덧 멸종위기종 신세가 됐다. 난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도 산양을 멸종위기로 몰았다.

계절 요인도 산양의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겨울은 산양에게 가혹한 계절이다. 다리가 짧아 눈이 많이 내리면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폭설이 내리면 일부 산양이 눈 속에 고립돼 탈진 끝에 죽는 일이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폭설 때 먹이를 찾아 헤매던 산양이 민가까지 내려와 사람들에게 잡히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7일 용마산에서 촬영한 산양.(사진=환경부 제공)
지난해 11월 7일 용마산에서 촬영한 산양 (사진 환경부 제공)/뉴스펭귄

산양은 염소와 생김새가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산양은 염소와 달리 턱밑에 수염이 없다. 몸길이는 82~130㎝, 꼬리 길이는 8~20㎝, 체중은 35~40㎏다. 긴 꼬리는 한국 산양의 특징으로 알려졌다. 암수 모두 날카로운 원통형 뿔을 갖고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원형 링의 수가 늘어난다.

2007년부터 산양 복원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따르면 한국 산양은 동부 러시아, 북동 중국 및 한반도 등 제한된 지역에서만 분포하고 있다. 일본 산양과 달리 눈밑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 기재돼 있는 국제적 보호종이다. 비무장지대, 양구·화천, 설악산, 울진·삼척·봉화 4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선 10마리 이하 개체군만 서식하기 때문에 적절한 보전 및 관리대책이 없으면 근친교배 등으로 인해 멸종할 가능성이 있다.

산양은 성격이 온순하고 겁이 많다. 천적을 피하기 위해 해발 1000m 이상인 험한 바위산에서 가파른 벼랑을 타며 활동한다. 낮엔 벼랑 가까이에 있는 숲에서 먹이를 찾고 밤엔 벼랑의 은신처에서 잠을 잔다.

산양은 30종 이상의 식물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이가 귀한 겨울엔 나무껍질, 침엽수 잎, 지의류(균류와 조류가 한데 어울려 생활하는 식물로 이끼처럼 보인다), 산죽 잎과 줄기 등도 먹는다.

<산양의 생태적 특징>

△생김새: 전반적으로 회갈색 빛깔을 띤다. 목에 흰색 반점이 있고, 등줄기를 따라 검은 줄무늬가 긴 꼬리 끝까지 이어진다. 긴 꼬리는 한국 산양의 특징. 날카로운 원통형 뿔을 갖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뿔의 원형 링이 늘어난다. 산양의 발굽은 가파른 산악 지대에 서식하기 적합하게 발달해 있다. 몸길이는 82~130㎝, 꼬리는 8~20㎝m, 체중은 35~40㎏이다.

△서식지: 큰 바위가 있는 험준한 산악지역에 서식한다. 종복원기술원에 따르면 산양은 크게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사는 습성이 있으며 계곡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생활한다. 계절별로 여름철에는 높은 고도를 이용하고, 겨울철에는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햇빛이 잘 비추는 남사면을 주로 이용한다.

△먹이: 산양이 먹이로 이용하는 식물은 매우 다양하다. 산양은 주로 어린잎을 선호하지만 목본류 씨앗, 과일 등 다양한 먹이를 섭식한다. 여름철은 산에서 자라는 풀과 나뭇잎을 주로 먹고, 겨울철에는 낙엽이나 나뭇가지, 가을철에 떨어진 열매 등을 먹는다. 산양의 먹이활동은 일출과 일몰 직후 가장 활발하다. 이 시간대가 하루 동안의 섭식행동 중 75%를 차지한다.

△번식: 태어난 지 3년 정도 되면 성적으로 성숙한다. 임신기간은 약 210일 정도. 늦가을부터 겨울까지(9~12월) 교미해 봄에 주로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다른 동물의 접근이 힘든 바위구멍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생후 7일간 천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풀밭에 숨어 지낸다. 이후 어미와 함께 생활하다가 수컷은 약 1년 6개월, 암컷은 약 2년 정도가 지나면 독립한다.

△위협요인: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남획으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문화재청은 1968년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환경부는 1998년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했다. 산업화로 인한 산림 개간, 벌목, 도로개통 등으로 인한 서식처 감소, 파편화 현상, 잘못된 보신문화로 인한 밀렵으로 여전히 산양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