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걷는 악어 '발자국 화석', 세계 최초로 국내서 발견

  • 남주원 기자
  • 2020.06.12 13:19
발견된 발자국 화석을 근거로 백악기에 두 발로 걸어다닌 대형 원시악어 모습을 복원한 상상도(사진 진주교대)/뉴스펭귄

과거 악어의 이족보행을 입증하는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초로 국내서 발견됐다.

약 1억1000만 년 전 한반도에서 거대 원시악어가 두 발로 걸어 다녔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진주교대 한국지질유산연구소 김경수 소장(과학교육과 교수)이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약 1억1000만 년 전 백악기에 이족보행 했던 몸길이 약 3m의 대형 악어 발자국 화석이 한반도 남부에서 최초 발견됐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 내용은 11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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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사진 진주교대)/뉴스펭귄
(사진 진주교대)/뉴스펭귄

경남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 100여개는 현대 악어의 조상 격인 백악기 악어가 두 발로 걸었음을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물증이다. 악어류는 지금까지 네 발로 걷는 것만 발견돼 왔다. 두 발로 걸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연구들이 이뤄진 적은 있으나 실질적인 물증인 '발자국 화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서포면 자혜리는 전원주택 부지 조성공사 지역으로 약 1억1000만 년 전 퇴적된 백악기 진주층에 해당한다.

원시악어들이 두 발로 무리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복원한 상상도(사진 진주교대)/뉴스펭귄

길이 18~24㎝의 발자국 화석들은 악어 무리가 한 방향으로 걸어간 것처럼 일렬로 늘어선 모양새로 발견됐으며, 매우 훌륭한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이하 발견된 발자국 화석(사진 진주교대)/뉴스펭귄
(사진 진주교대)/뉴스펭귄

연구팀은 발자국 크기와 화석에 남아 있는 뚜렷한 발바닥 피부 자국 등을 토대로 원시악어 몸길이를 최대 3m정도로 추정했다. 그들은 이들 발자국 화석에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Batrachopus grandi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이전 발견됐던 4족보행 소형 원시악어 발자국인 '바트라초푸스'(Batrachopus)에 '크다'는 의미를 붙인 것이다. 

김경수 교수는 "자혜리 발자국 화석은 길고 두꺼운 4개의 발가락 자국과 현생 악어의 발바닥 피부 패턴과 거의 일치하는 피부 자국이 잘 보존돼 있어 원시악어의 발자국 화석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진주교대)/뉴스펭귄

이어 그는 "중생대 원시악어들 중에는 두 발로 걷는 악어 골격 화석이 발견됐지만 이들은 트라이아스기 말기에 멸종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며 "이번 발견은 이족보행 원시악어가 트라이아스기에 멸종한 게 아니라 한반도 지역에서 백악기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적 증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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