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동거중①] 살찐 게 아니라 털 찐 겁니다만

  • 이순지 기자
  • 2020.06.15 07:50

토끼랑 삽니다

토끼 햇살이가 카메라를 보고 있다(사진 이순지)/뉴스펭귄

토끼를 키우면 어떤 점이 힘들 것 같나요? 우리가 마트 혹은 길거리에 쉽게 사는 토끼. 단돈 2-3만 원 지불하면 살 수 있는 토끼는 결코 키우기 쉬운 동물이 아닙니다.

작다는 이유로 생명을 함부로 '구매'하면 그에 따른 결과를 치러야 합니다. 그 결과는 토끼의 죽음으로 이어지죠. 공원에서 토끼를 보셨나요? 그저 귀엽다고 생각하셨죠. 저도 그런 적이 있답니다. 그 토끼들은 전부 사람들 손에 버려졌습니다. 공원에서 보는 토끼는 절대 자연 상태에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마트, 길거리에서 산 후 유기한 것이죠.

토끼를 키우면서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 인데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했나요? 오늘은 제가 요즘 겪고 있는 '환절기 털갈이'에 대한 일상을 공유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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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만들자, 손에 물을 묻혀 공을 한번 만들어 보자~ 돌돌돌."

요즘 저의 반려동물이자 가족 햇살이는 심각한 털갈이를 경험하고 있어요. 이제 2살인 토생에 가혹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루밍을 하는 동물인 토끼는 빠져버린 털을 입으로 먹어버리기도 한답니다. 덕분에 소화불량에 시달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기도 해요.

부드러운 털을 가진 햇살이는 태어나 가장 많은 털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요. 한번 빗질에 주먹만 한 공을 만들 수 있을 정도랍니다.

빗질을 해서 얻어낸 토끼 햇살이의 털(사진 이순지)/뉴스펭귄

보통 하루에 한 번 정도 털을 부드럽게 빗어줍니다. 햇살이는 이 시간을 싫어해요. 화장실 변기 커버 위에 올려놓고 빗어주는데 털을 빗을 때마다 저를 노려본답니다. 그래도 할 수 없어요. 털을 빗어주지 않으면 토끼가 그루밍하는 동안 전부 먹어버리고 말 테니깐요.

다행히 저는 털 알레르기는 극복한 상태랍니다. 햇살이 전에 랄라를 키울 때는 알레르기 약을 먹은 적도 있어요.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제 안에 면역이 생긴 것인지 이제 알레르기는 없답니다. 대신 검은색 옷을 잘 입지 못하는 것은 여전해요. 그 녀석의 털이 잔뜩 붙어버리니깐요. 물론 얼굴에도 가끔 붙어 휘날립니다.

털갈이 시즌은 종 잡을 수 없어요. 제 경험상 보통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털갈이를 한답니다. 지금 이 시기죠. 털갈이 시즌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제가 준비하는 것들이 있어요. 영양제, 맛있는 사료와 건초를 준비한답니다. 사람도 그렇겠지만 토끼에게도 기력이 필요해요. 그래야 잘 견딜 수 있으니깐요.

다행히 씩씩한 햇살이는 이 털갈이 시즌을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슬픈 것이. 자꾸 털을 빗겨서 그런지 저를 멀리해요. 어제는 저렇게 한 발로 얼굴을 시원하게 긁어대며 눈은 저를 살짝 째려봅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저는 사진을 찍습니다. 언행불일치. 이 모습마저 귀여우니깐요.

토끼도 고양이처럼 자신의 몸을 혀로 다듬는 그루밍을 한다. 햇살이가 그루밍을 하는 장면을 포착했다(사진 이순지)/뉴스펭귄

햇살이 증명사진(사진 이순지)/뉴스펭귄

이름: 이햇살

나이: 2살

출신: 서울 몽마르뜨 공원

성격: 잘 먹음. 사람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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