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스페셜-'생명의 보고' 습지③]국내 람사르습지 22곳...몇군데나 아시나요?

  • 주현웅 기자
  • 2019.01.28 06:00

수도권부터 제주까지 전국에 분포
1호는 국내 유일 고층습지 '대암산용늪'
1억살 넘은 우포습지엔 멸종위기종 즐비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특히 국내 습지보호구역 17곳에 멸종위기종 60종이 산다. 습지보호지역에서 서식하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전체의 24%에 이른다.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창간한 최초 멸종위기 전문뉴스 <뉴스펭귄>은 2월2일 '습지의 날' 48주년을 맞아 멸종위기종의 보금자리인 국내 습지의 현황을 살펴보는 창간기획기사를 마련했다. 습지는 생명체다. 

희귀동물·물새는 살기에 좋고, 사람은 광경에 감탄하기 좋은 ‘람사르습지’가 국내에만 22곳이 있다. 이곳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천혜의 아름다움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이루는 전국 람사르습지를 살펴봤다.

한국의 람사르습지는 서울·인천 등 수도권부터 제주 등 남부지방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두루 분포했다. 이중 국내 최초의 람사르습지는 1997년 인증된 강원도 ‘대암산 용늪’이다. 대암산 용늪은 국내 유일하게 고지대에 있는 고층습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람사르습지인 대암산 용늪. 국내 유일의 고층습지이기도 하다.(사진 강원도 제공)/뉴스펭귄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창녕 우포늪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뉴스펭귄

대암산 용늪은 1년 내내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연중 약 5개월간 평균 기온이 영하 수준을 보이고, 6개월가량은 안개가 낀다. 이 때문에 한여름에도 덥지가 않은데 온도는 낮고 습도는 높아 생물이 죽어도 썩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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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맞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용늪 상류에 주둔한 군부대 탓에 육지화될 것이란 우려가 잇따랐다. 비가 오면 연병장 등에서 흙과 모래가 쓸려 나와 습지를 메웠다. 부대의 오·폐수 등도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원주지방환경청은 2013년부터 국방부와 협의해 군부대 건물을 철거했다. 부대는 다른 곳으로 옮겼다. 환경청은 그 자리를 가는오이풀과 솔체꽃 등 용늪에서 자생하는 식물 8만7000본으로 메웠다. 람사르습지 보전을 위해 안보시설을 양보한 셈이다.

대암산 용늪에 이어 경남의 ‘창녕 우포늪’이 1998년 2번째 람사르습지 인증을 받았다. 우포늪은 남다른 역사와 규모로 특히 주목받는 곳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우포늪의 역사는 1억4000만년, 크기는 전체 담수 규모만 2505㎢(약 75만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생태계의 보고’ ‘생태계의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 광활한 늪에는 실제 1000여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으로 지정된 가시연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2월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새가 찾아왔는데 30~40년 만에 일이다.

도서지역 최초의 습지인 신안 장도 산지습지의 모습 (사진 신안군 제공)/뉴스펭귄
서천갯벌은 철새의 쉼터로 눈길을 끈다 (사진 서천군 제공)/뉴스펭귄

2000년대 들어 국내 람사르습지는 11곳이 더 늘었다. 각각 △신안 장도 산지습지(2005) △순천만·보성갯벌(2006) △제주 물영아리오름 습지(2006) △울주 무제치늪(2007) △태안 두웅습지(2007) △전남 무안갯벌(2008) △제주 물장오리오름 습지(2008) △오대산국립공원습지(2008) △강화 매화마름군락지(2008) △한라산 1100고지 습지(2009) △충남 서천갯벌(2009) 등이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인증받은 ‘신안 장도 산지습지’는 전남 흑산면 비리 산 109-1외 3필지 일원 해발 235m에 위치해 있다. 면적이 9만414㎡에 달하는 도서지역 최대의 산지습지다.

장도는 생명의 섬으로 불린다. 매, 수달, 솔개, 조롱이를 비롯한 멸종위기 동·식물은 물론 습지식물 294종, 포유류 7종, 조류 44종, 양서 파충류 8종, 육상곤충 126종, 식물군락 26개 등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식생이 다양한 것은 장도 산지습지의 남다른 특징 때문이다. ‘이탄층’이다. 식물이 죽은 뒤 수천 년 동안 썩거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 형성된 층을 말한다. 이탄층은 수자원을 간직하는 저수지 기능과 수질정화 기능을 하며 생물서식지를 제공한다.

2000년대 마지막으로 등재된 람사르습지는 '충남 서천갯벌'. 국내 4대강 중 하나인 금강의 하구에 위치해 있다. 새만금갯벌이 사라진 후 금강하구에 남은 유일한 하구갯벌이기도 하다.

서천갯벌은 국제 희귀조류의 중간 기착지로 유명하다. 그래서 철새의 낙원으로 불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국제 멸종위기종 검은머리물떼새, 황조롱이,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날 수 있다.

서울에도 람사르습지가 있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한강 밤섬이다.(사진 서울시 제공)/뉴스펭귄

람사르습지는 늘고 있다. 2010년대에 9곳 증가했다. 각각 △고창·부안갯벌(2010) △제주 동백동산습지(2011) △고창 운곡습지(2011) △신안 증도갯벌(2011) △한강 밤섬(2012) △송도갯벌(2014) △제주 숨은물뱅듸(2015) △한반도습지(2015) △순천 동천하구(2016) 등이다.

이 가운데 '고창 운곡습지'는 특별한 탄생과정을 거쳐 이목을 끈다. 역설적이게도 원전이 낳은 습지기 때문이다.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마을이었던 이곳은 1981년 영광 한빛 원자력 발전소 건립과 함께 발전용 냉각수 공급을 위한 운곡댐으로 탈바꿈했다.

이 때문에 158세대 360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일대의 자연이 회복됐다. 이전까지 습지를 개간해 논으로 사용했던 땅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습지의 모습을 되찾았다.

어리연꽃, 낙지다리, 병꽃나무, 익모초, 노루오줌 등 흔히 볼 수 없는 식물들이 그곳을 가득 메웠다. 생태 연못에는 모래무지,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등의 물고기가 산다. 생태계 교란종인 황소개구리 퇴치 작전이 여름철마다 펼쳐진다.

람사르 습지는 서울에도 있다. ‘한강 밤섬’이다. 한강 밤섬은 1968년 여의도 개발과정에서 골재 공급처로 활용돼 사라질뻔한 수준의 환경파괴를 겪었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도심 속 철새도래지로 부각, 서울시 지정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보전되면서 숨결이 되살아났다.

등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2010년 서울시가 환경부에 등재추진을 요청했으나, 당시 국토해양부가 홍수 예방 등 하천관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람사르습지 인증을 받기까지는 2년여의 시간이 더 걸렸다.

발전된 도시와 잘 보전된 환경이 공존하는 밤섬의 절경은 11월 하순에 볼 수 있다. 그쯤 물오리와 왜가리, 가마우지 등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연중 무려 86종의 새가 밤섬을 찾는다.

이밖에 식물 294종, 육상곤충 139종, 담수어류 39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24종 등이 서식한다. Ⅰ급 멸종위기야생동식물 매, Ⅱ급 큰기러기, 가창오리, 참매, 말똥가리, 새홀리기, 흰목물떼새 등 7종이 분포한다. 원앙, 황조롱이, 솔부엉이 등 3종의 천연기념물도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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