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스페셜-'생명의 보고' 습지②]멸종위기종 넷 중 하나는 그곳에 산다

  • 박소희 기자
  • 2019.01.28 06:00

수원청개구리는 왜 살 곳을 잃었나
국토 0.1% 습지에 위기종 60종 살아
습지 훼손은 생태계 파괴, 인간도 위험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특히 국내 습지보호구역 17곳에 멸종위기종 60종이 산다. 습지보호지역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전체의 24%에 이른다.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창간한 최초 멸종위기 전문뉴스 <뉴스펭귄>은 2월2일 '습지의 날' 48주년을 맞아 멸종위기종의 보금자리인 국내 습지의 현황을 살펴보는 창간기획기사를 마련했다. 습지는 생명체다.

옛날 부모의 말이라면 덮어놓고 반대로 하던 청개구리가 있었다. 죽어 산에 묻히고 싶던 어머니는 청개구리에게 냇가에 묻어 달라고 한다. 뒤늦게 뉘우친 청개구리는 어머니의 유언을 곧이곧대로 따른다. 그 뒤 청개구리는 비가 올라치면 어머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 울었다고 한다. 효를 주제로 한 설화지만, 개구리가 비 오기 전 운다는 경험적 사실에 근거해 지어진 이야기다. 

개구리는 주로 습지에서 관찰된다. 그러나 이제 개구리 울음소리 듣기는 ‘가뭄에서 콩나기’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지역산업발전 추진으로 습지의 면적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분류된 수원청개구리.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5월부터 7월까지 번식하는데, 주로 논과 주변의 농수로에서 알과 성체를 볼 수 있다. 수원청개구리 수컷의 울음소리는 청개구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음이고 ‘깽-깽-깽’ 소리로 들린다 (사진 국립생활자원관 제공)/뉴스펭귄

◇ 수원개구리 개체수 감소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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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식하는 54종의 개구리 가운데 우리나라 고유종인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는 이미 멸종위기다. 환경부는 금개구리(2급, 2005년)와 수원청개구리(1급, 2012년)를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했다. 수질오염과 도입종인 천적 황소개구리도 한몫 했지만, 전문가들은 서식지 파괴를 개체 수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수원청개구리가 멸종위기로 몰린 데는 청개구리의 특징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에 따르면 수원청개구리는 원래 늪에, 청개구리는 산과 인접한 습지에 산다. 인간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습지를 논으로 바꿨다. 서식지가 사라진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논에 터를 잡았다. 논 역시 관개시설이 좋아지고 현대화되면서 둠벙, 도랑을 보기 힘들어졌다. 개구리는 수면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곤충류를 잡아먹는데 논두렁이 좁아지니 그곳에 산란하던 곤충들도 대거 사라졌다. 결국 개구리 입장에선 논도 폐허다.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새로운 서식지를 두고 경쟁을 시작했다.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잡초까지 없애니 경쟁에서 밀린 수원청개구리는 몸을 숨길 장소도 마땅치 않다. 

장이권 교수는 “몸집이 작은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와의 서식지 경쟁에서 불리해졌다. 인간의 서식지 개발이 수원청개구리 개체군 수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수컷의 울음소리로 조사한 결과 전국에 2500여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황인솔 기자)/뉴스펭귄

◇ 습지는 생태계 백화점...종 하나 멸종하면 연쇄 붕괴

국립환경과학원은 2011년부터 5년간 우포늪, 한강하구, 낙동강하구 등 습지보호지역 17곳을 대상으로 ‘제2차 습지보호지역 정밀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그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60종을 포함한 총 4187종(분류군)의 야생생물 서식을 확인했다. 국가생물종목록(3만8090종, 분류군)의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습지보호지역 17곳의 총면적은 약 117㎢. 국토의 약 0.1%에 해당하는 면적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원청개구리, 비바리뱀, 수달, 황새 등이 산다. 총 246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24%가 습지보호지역에 서식한다.

습지는 크게 호소와 하구 등에 있는 내륙습지와 만조 때 물에 잠겼다가 간조 때 드러나는 연안 습지로 나뉠 뿐 특정지역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물을 머금어 축축한 땅이 모두 습지다.  

늪지, 저지대의 논, 농수로, 배수로, 물웅덩이, 수초가 무성한 자연저수지, 갯벌, 하천변 등 습지의 형태마다 살아가는 생물도 다르다.

도랑을 넓고 깊게 파 놓으면 그곳에 미나리가 자라고 미꾸라지가 산다. 5월 중순 금개구리(2급)가 논두렁에 산란한 알은 한국을 지나던 왕새매의 좋은 먹잇감이다. 이탄층이 발달한 고산습지에서는 담비(2급)나 삵(2급)을 비롯해 이들의 먹이인 오소리, 멧토끼 등이 산다. 제주고사리삼(2급)도 해발이 높은 습지를 좋아한다.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들고 빠지는 갯벌에서는 짱둥어와 칠게가 구멍을 파고 생활한다. 겨울이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흑두루미(2급)가 겨울잠 자는 짱둥어로 배를 채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흰목물떼새가 하천변과 연안 갯벌을 찾는 것도 같은 이유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에 해당하는 수달. 국내에는 전국적으로 넓게 분포하나 한줄기 하천 수계 영역에서 세력권을 가지고 살아가는 종이기 때문에 개체 수가 적다. 수변부의 갈대나 식생이 풍부하고 먹잇감이 많은 하천이나 호숫가에 주로 산다.(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뉴스펭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흑두루미. 넓은 초원, 농경지 또는 갯벌이나 강변 등을 좋아한다. 번식지에서는 어류나 곤충류 같은 동물성 먹이를 먹지만 겨울을 나는 곳에서는 벼를 비롯한 낟알과 식물의 줄기나 뿌리를 먹는다. (사진국립생물자원관 제공)/뉴스펭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삵. 주로 하천 서식지를 선호한다. 먹이는 설치류, 조류, 곤충 등 다양하게 사냥하지만 그중 설치류가 가장 빈번한 먹잇감으로 나타난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뉴스펭귄

◇ 수질정화에서 기후조절까지..."더 늦기 전에 습지 보존 힘써야"

습지는 내륙과 수생태계 사이의 전이지대로 종 다양도가 높다. 지구상에서 가장 영양물질이 풍부하고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로 꼽힌다. 홍수가 나면 물을 저장하는 댐 역할을 하고, 자연 저수지는 생활·농업용수로도 쓰인다. 게, 새우, 낙지 등 수산자원이 풍부한 갯벌은 어민들의 터전이며, 습지 식물의 광합성 작용은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한다.

청개구리가 울던 이 습한 땅이 수질정화, 탄소고정, 홍수조절, 기후조절 기능까지 하지만 각종 개발압력에서 지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광주 광산구가 국가습지보호구역 후보지인 황룡강 장록습지에 축구장·주차장 등을 짓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인간이 습지를 메워 축구장, 골프장, 주차장을 짓는 동안 수원청개구리는 생존을 놓고 청개구리와 사투를 벌이다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 

장이권 교수는 “수원청개구리 개체 수 감소가 당장 인간의 삶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이 천으로, 천이 논으로 연결되듯 생태계는 연결돼 있다. 한 개체의 멸종은 생태계 평형을 무너뜨린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구성인자로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의 생존까지 위험하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이어 “논, 개펄, 늪, 등 습지의 성격마다 사는 생물종이 다르다. 다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너무 늦지 않게 다양한 종류의 습지를 지키는 것은 인간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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