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그린뉴딜은 구색 갖추기"...환경단체·정당, 강력 비판

  • 임병선 기자
  • 2020.06.03 14:47
청년 기후위기 단체가 그린뉴딜 계획에 탈석탄 방안을 포함하라며 지난달 20일 시위를 벌였다 (사진 BigWave 제공)/뉴스펭귄 

환경단체와 일부 정당은 정부가 새롭게 밝힌 그린뉴딜 계획에 '지속가능한 사회 전환'과 '탈석탄 방안'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그린뉴딜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수립하는 데 재원을 투입해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정책 기조다. 대표적인 사례로 석탄 전력발전을 신재생에너지(수력발전, 풍력발전 등)로 전환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발생하므로 온실가스 저감과 경제 순환 촉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그린뉴딜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20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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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그린뉴딜 예산안이 포함된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3일 발표했다. 추경안은 '한국형 뉴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디지털뉴딜(IT·스마트 관련 산업 재원 투입 방안), 그린뉴딜이 중심 축이다. 예산안에 따르면 2022년까지 12조 9000억 원이 그린뉴딜 사업에 투입된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약 14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긴 그린뉴딜 주요 내용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2022년까지 5조 8000억 원)’,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조성(1조 7000억 원)’,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4조 8000억 원)’ 등이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부문에는 노후 공공건축물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건물로 바꾸는 계획이 포함됐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상하수도 관리 체계를 구축해 상수도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부문에는 혁신환경기술 기업과 청정대기·생물소재·수열에너지·탈플라스틱·자원순환 기술 연구와 상용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부문에는 저탄소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부문에는 에너지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 전력 사용을 줄이는 방안과 석탄발전을 3대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수소)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이 담겼다. 친환경 차량과 친환경 선박을 조기 보급하는 데 들어가는 보조금도 추가 편성했다.

지난달 21일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그린뉴딜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사진 국가기후환경회의 제공)/뉴스펭귄

환경단체,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그린뉴딜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에는 현재 기후위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기후변화 대책과 대응 목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사회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안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2030년에는 75.6%(2017년 대비)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가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것에서 발전이 없는 수치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목표에 대해 각종 환경단체는 국제적 추세인 '탄소중립 (탄소 배출을 하지 않거나 배출한 탄소만큼 회수하는 체계)'에 동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약 70개 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선언’에 참여한 가운데, 한국은 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시만 시 단위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3일 밝힌 상태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예산안을 접한 뒤 논평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기 위한 ‘탈탄소(탄소중립 달성)’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정책을 담아 그린뉴딜 계획을 다시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그린뉴딜 예산안을 접하고 “정부의 방향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기존 목표를 그대로 둔 채 이행 점검을 잘하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고 한겨레에 의견을 밝혔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린뉴딜을 기회로 삼아 사회 구조를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녹색당은 최근 논평에서 3차 추경안에 대해 “(그린뉴딜) 예산이 소박하다"며 "디지털뉴딜에 그린뉴딜을 살짝 ‘끼얹어’ 구색을 갖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탈탄소 사회 전환에 초점을 맞춘 경제 구조와 산업 체제 개편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연합(EU)의 그린딜, 미국의 그린뉴딜도 지구 기온 상승 제한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에 목표가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BigWave)는 예산안 발표 전 알려진 그린뉴딜 내용에 대해 “정부는 지금까지 그린뉴딜의 방점을 기후위기 극복이 아닌 일자리 창출에 뒀다”며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그린뉴딜을 요구한다”고 지난달 27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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