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이 살아야 하천도 살아납니다”

  • 채석원 기자
  • 2019.01.28 10:16

■ 한국 최초 수달박사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센터장
“수달이 하천 생물 다양성 조절자 역할 하며 먹이사슬 균형 유지”
“수달 사라진 일본의 전철 안 밟으려면 멸종위기종 체계관리해야”

대한민국 최고의 수달 전문가인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센터장은 수달이 살아야 하천도 살아난다고 말한다/뉴스펭귄

한국수달연구센터의 한성용(54) 센터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달 전문가다. 한 센터장의 1998년 박사 논문 ‘한국 수달의 생태에 관한 연구’는 수달에 대한 한국 최초의 논문이다. 서식지, 식이 습성, 체내 중금속, 장기 길이를 비롯해 한국 수달을 총체적으로 연구한 논문은 한 센터장을 한국 최초이자 최고의 ‘수달 박사’로 자리매김하게 한 동시에 정부가 수달 연구와 복원에 의욕적으로 나서는 계기를 마련한 기념비적 저작물이다. 아시아 최초의 수달 연구기관인 한국수달연구센터(강원 화천군 간동면)를 이끌고 있는 한 센터장은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수달 전문가그룹 한국 대표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초 한강에서 40여년 만에 수달 가족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올 정도로 한 센터장의 수달 사랑은 남다르다. 벌써 30년 가까이 수달을 중인 한 센터장에게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국제 보호종인 수달이 어떤 동물이고 한국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또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 어떻게 수달을 연구하게 됐습니까.

경남대학교 생물학과 대학원생 시절 수달 연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 학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선 수달이 멸종했기에 한국에 왔던 것이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엔 수달에 대한 연구기록은 물론 야생 수달을 담은 사진조차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내가 연구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수달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제가 1996년 촬영한 게 한국에서 최초로 찍은 야생수달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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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달연구센터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십시오.

강원 화천군 간동면에 있는 한국수달연구센터는 2013년 개관한 아시아 최초의 수달연구센터입니다. 18만2971㎡의 부지에 2405㎡의 지상 2층 규모입니다. 연구센터 외에도 수달들이 생활하는 수달사와 함께 생태공원, 수달카페, 수달극장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수달연구센터는 수달과 야생동물에 관한 생태유전학적 연구, 호르몬을 이용한 생리학적 연구, 번식 및 증식연구, 종 복원 등의 연구를 실시하고 연구결과를 학계에 보고 하는 활동을 합니다. 수달을 비롯한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에 관한 연구성과를 출판하고 기고하며, 관련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는 일도 업무입니다. 수달센터 전시관에선 각종 학술, 예술, 환경 분야 전시회도 개최합니다.

- 수달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요.

흔적조사, 무선추적, 무인카메라 관찰 등의 방법으로 수달의 생태, 서식지 환경에 관한 조사를 수행합니다. 수달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의 사체, 털, 배설물을 이용해 DNA 분석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 수달 구조 활동도 벌이고 있습니까?

새끼 수달을 포육, 치료, 방사 하는 것도 주요 업무입니다. 연구센터 내 사육시설에서 직접 수달을 사육하고 있지요. 현재 센터에선 수달 14마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 수달은 기르기 쉬운 동물인가요.

수달은 국제적 수준의 수달사육에 관한 노하우를 정리한 IUCN의 ‘수달사육지침서’에 따라 과학적인 수달 사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자연으로 돌려보낸 뒤에도 수달을 계속 관리하나요.

치료를 완료한 수달이나 방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수달은 자연 서식지로 돌려보냅니다. 복원 훈련을 거쳐서 전파발신기를 삽입해 선정한 방사지에 보냅니다. 방사한 뒤에도 무선추적활동을 통해 생태조사를 실시합니다.

- 한때는 흔했던 수달이 어쩌다 멸종위기종이 됐을까요.

밀렵이 많았습니다. 보신용으로 수달이 많이 희생됐습니다. 또 서식지 오염도 수달 개체 수를 줄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와 함께 수달의 이동을 차단하는 댐, 수달이 건너가기 어려운 형태의 수중보, 수달에겐 죽음의 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통발 그물도 수달의 생태를 위협하는 요인입니다

- 언론에 많이 등장한 때문인지 한국에 수달이 많이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달의 세력권은 10㎞ 이상입니다. 환경파괴로 보금자리를 잃은 수달이 이곳저곳을 헤매는 까닭에 많아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자기 세력권을 잃은 수달은 다른 수달의 세력권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는 수달이 사람들에게 발견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수달이 한국 생태계에 왜 중요한가요.

IUCN은 ‘수달은 해당 지역 수환경의 건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수환경 지표종(Indicator species)이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물고기와 개구리, 가재, 물새 등을 먹고 사는 육식동물인 수달은 하천 생물 다양성의 조절자 역할을 하는 하천생태계의 핵심종입니다. 수달은 주로 큰 물고기를 사냥합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는 작은 물고기들의 개체수가 늘어납니다. 그런 식으로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수달이 산다는 것은 하천이나 강의 생물다양성이 안정적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로 수달의 사체나 털의 중금속을 측정하면 하천의 오염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수달은 하천에 방치돼 있는 통발이나 삼각망 등의 정치망에 쉽게 붙잡힙니다. 그물 안에 갇혀 있는 물고기에 현혹되기 때문이지요. 천성이 호기심이 강해 그물에 쉽게 들어가기도 하고요. 수달은 허파로 숨을 쉬는 포유동물인 까닭에 물속에서 3, 4분 이상을 견디지 못합니다. 어망에 갇히거나 그물에 걸리면 익사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물 입구에 수달이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보호격자를 부착해주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바윗돌이나 기타 인공재료를 이용해 인공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도 보호방안 중 하나입니다. 인공 보금자리는 외부 간섭이 적고, 강 가까이에 위치하며, 적당한 수원이 있어 먹잇감이 풍부한 곳, 또 도로나 산책로 등 인근 지상부보다 낮은 물가에 위치해야 합니다. 이밖에 하천, 호수에서 수면 중간에 독립돼 위치하면서 은신공간이 있는 모래톱과 같은 공간은 번식과 보금자리 기능을 제공하는 안정적인 생태섬입니다. 따라서 서식환경이 훼손된 곳에 인공적인 생태섬을 조성하는 것은 훌륭한 복원기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은 2012년 수달의 멸종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수달과 같은 멸종위기종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 만약 수달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건강한 성체를 구조했다면 수달협회나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연락해야 합니다. 하천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은 약한 동물이 아닙니다. 무심코 손을 내밀다간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새끼 수달의 경우 건강하다면 케이지에 보호해 동물병원이나 수달협회에 연락을 취해 조치방법을 묻는 게 좋습니다. 문제는 수달이 다쳤을 경우입니다. 이 경우엔 즉시 관할 지자체나 수달협회, 가까운 동물병원의 수의사 등에게 연락을 취해 전문가의 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여건상 긴급한 응급보호가 필요할 경우, 다음의 조건을 유지시키면서 즉시 관할 기관에 연락한다. 보호할 때는 보금자리를 건조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수달은 포유동물입니다. 오랫동안 물에 들어가지 못해도 전혀 문제가 없기에 보금자리는 항상 건조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젖은 수달은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잘 닦아줘야 체온저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새끼의 먹이는 미꾸라지 등 작은 물고기입니다. 먹기 어려워하면 작게 잘라서 먹일 수도 있습니다. 물고기를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다면 한 번 끓여 미지근하게 식힌 우유를 공급하는 게 좋습니다.

- 수달이 이미 죽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부상 중인 수달이나 새끼 수달은 물론 사망한 수달도 수달의 성장과정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사체라고 하더라도 수달협회로 연락하면 큰 학술적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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