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견제와 균형"...괴물곤충 '매미나방' 대 발생을 보며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0.06.02 09:00

 Lymantria dispar 라는 학명을 가진 매미나방. Lymantria는 "destroyer"라는 뜻으로 완전히 식물을 너덜너덜할 때까지 먹어 치운다는 의미고 dispar는 "unequal" 즉 암컷과 수컷이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는 뜻이다. 생태적으로 적절하게 작명을 했다. 또한 영명으로 “Gypsy moth”라 하는데 여기저기 잘 돌아다닌다는 의미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괴물 곤충이다. 

매미나방 암컷(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매미나방 수컷(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비 오듯 하늘에서 떨어지는 매미나방 애벌레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벌레라면 무작정 싫어하던 사람들이 곤충 공포증을 느끼고 있다. 스멀거리는 느낌과 메스껍고 징그러운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이해가 된다. 코로나로 사람을 마주하지 말라 했는데 매미나방 애벌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등산하는 것도, 동네 공원 산책하는 일도 꺼리니 엎친데 덮쳤다. 

매미나방 애벌레(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붉은매미나방 애벌레(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매미나방 알집은 독성 있는 털과 폭신한 이불로 쌓여있어 천적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더위도 추위도 막아줄 수 있는 완벽한 방어 시스템을 갖고 있고, 애벌레 또한 몸 전체에 독성 있는 기다란 털로 무장해 천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충으로 외래종으로 매미나방 애벌레를 없애려 하는 것은 당연하나 이놈들 때문에 꿀과 음식을 주고 수분을 도와 열매를 맺게 해주며 백세 건강, 신약의 주성분으로 활용되는 애벌레의 중요한 역할까지 매도를 당할까 두려워 매미나방 애벌레를 없앨 천적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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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나방 알집(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참개구리와 두꺼비가 시원하게 매미나방 애벌레를 먹어 치우는 훌륭한 천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절대 침입할 수 없는 완전체처럼 보였던 ‘매미나방’ 알집에 침입해 애벌레를 잡아먹는 수시렁이도 새롭게 탐색한 강력한 천적이었다. 멸종위기종을 지켜야 할 이유가 있고 주변 습지를 부수지 않고 잘 보전해야 할 까닭도 찾았다.

금개구리(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참개구리(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수시렁이(사진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지속적으로 발생할 재난 수준의 해충이라 국가적 방재 작업이 필요하다. 독한 놈을 죽이기 위해 지독한 약을 써야하므로 살충제만 뿌려서는 그 약이 우리에게 되돌아 와 해를 끼치고 농축이 되어 미세먼지에 섞이면 오히려 인간이 위험하다. 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생활사를 파악하고 천적을 활용하며 가장 적은 약으로 방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매미나방 애벌레를 잡아먹는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참개구리, 두꺼비와 알집을 부수고 그 속에 애벌레를 잡아먹는 수시렁이 같은 강력한 포식성 천적이 있어 그나마 부분적으로 생태계에 견제와 균형을 맞추지 않나 싶기도 하다. 

글·사진: 이 강 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사)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곤충방송국 유튜브 HIB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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