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로 미세먼지 해결’ 사실상 아무런 효과 없다?

  • 채석원 기자
  • 2019.01.24 11:11

과학계에선 ‘효과 불확실한 실험’이란 의견이 대부분
국민 불안감 폭발한 상황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중국에 무언의 시위 벌이는 효과는 거둘 듯’ 의견도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요오드화은 등 물질구름 씨앗을 살포해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사진 기상청 제공)/뉴스펭귄

정부가 서해상에서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인공강우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5일 서해상에서 기상항공기(킹에어 350)를 이용해 만들어낸 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합동 실험을 실시한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인위적으로 강수입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요오드화은, 염화나트륨 등 흡습성 물질구름 씨앗(물질)을 살포해 빗방울을 성장시켜 비가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기상항공기 운항을 시작하면서부터 이 같은 실험이 가능해졌다. 한국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인공강우 실험이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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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지역은 경기 남서부 지역 및 인근 서해상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인공강우 물질을 살포한 뒤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이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는 식으로 시험이 실시된다.

문제는 인공강우 효과가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대기과학자인 조천호씨는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인공강우 효과에 대해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그 표면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미세먼지(에어로졸) 입자가 모일 수 있다. 이처럼 물방울과 미세먼지가 합쳐지는 과정을 응고(coagulation)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제거되어 공기를 맑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험실에서는 명백한 이론이지만 실제 자연에서는 그 효과가 대부분의 경우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것은 고기압 영향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고기압에서는 구름이 거의 없다. 기상 조건도 지형도 인공강우에 알맞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인공강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씨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가 2003년 발간한 종합 보고서 ‘날씨 조절(Weather Modification)’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인공강우에 대해 “과학은 구름씨뿌리기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최초의 구름씨뿌리기 이후 55년 동안 수행된 실험으로 자연과정을 더욱더 잘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구름씨 뿌리기로 비가 되는 과학적인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인공강우를 통해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비의 양이 많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조씨는 “중국 과학자들이 날씨 조건에 따라 미세먼지농도가 낮아지는 효과에 관해 연구를 수행했다. 미세먼지는 호우 이상의 강한 강수에서만 그 농도가 크게 낮아졌다. 이는 비에 씻겨 없어진 것보다 호우 발생 때 함께 강해진 바람에 날려 대부분 없어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인공강우는 주로 강우량을 늘려 가뭄 해소 등의 방안으로 연구했으나 최근 국내 미세먼지 수치가 증가함에 따라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합동 실험이 마련됐다”면서도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과 태국에서도 인공강우를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을 시도한 바 있지만 공식적인 성공 사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가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하는 건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의 불만과 불안이 폭발한 만큼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중국과 가까운 서해상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함으로써 중국 정부에 무언의 시위를 하는 효과를 거둘 순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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