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응원하고 싶어서 한달음에 달려왔죠”
“뉴스펭귄 응원하고 싶어서 한달음에 달려왔죠”
  • 채석원 기자
  • 승인 2019.01.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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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곤충보존생물학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파괴적인 인간에 의한 제6의 멸종이 지구 생태계 근심거리” 우려
“곤충 연구하면 지구 구하고 무궁무진한 경제적 부가가치 만들 것”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곤충보존생물학 전문가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곤충보존생물학 전문가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을 만난 건 지난 18일이다. 전화로 멸종위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 <뉴스펭귄>이 창간된다는 소식을 알리자 이 소장은 강원 횡성군 갑천면에서 한달음에 서울로 달려왔다.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과 인천대 매개곤충융복합센터 학술연구교수로도 일하는 등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하지만 <뉴스펭귄>을 꼭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멸종위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가 탄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떤 매체인지, 어떤 뉴스를 올리려고 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일하는 기자들을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재도입전문가그룹(RSG) 멤버인 이 소장은 세계곤충학회총회 홍보부위원장을 역임할 정도로 세계가 주목하는 저명한 곤충보존생물학 전문가다.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그는 강원 횡성군 갑천면의 깊은 산골에 설립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멸종 위기 곤충의 보존 및 인공 증식, 곤충 생물다양성 확보를 통한 유전자 다양성 관리, 곤충 생태 복원을 위한 방사 등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을 들이지 않을 만한 오지에 연구소를 세운 까닭이 있다. 곤충을 연구하려면 기본적으로 식물군이 다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흔하게 볼 수 없는 다양한 곤충이 서식하는 것도 깊은 산골에 연구소를 세운 이유다. 그래서 연구소 인근에 하나둘씩 집과 길이 들어서고 가로등이 설치되는 게 이 소장은 영 못마땅한 듯 보였다. 야행성 곤충들이 불빛에 이끌려 죽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사람들이 곤충의 소중함을 모르는 게 아쉽다고 했다.

“벌이나 나비, 나방 같은 곤충이 없으면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는 곡식을 비롯한 식물들은 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열매를 맺지 못해요. 곤충이 없으면 사람들의 식량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그들을 활용한 경제적 부가가치도 한 순간에 없어지는 겁니다.”

이 소장은 곤충의 세계가 알면 알수록 미스터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멸종위기곤충 Ⅰ급인 붉은점모시나비를 소개했다. 그는 곤충학자라면 누구나 탐을 낼 붉은점모시나비 대량 증식에 성공해 베일에 싸인 생활사와 생태를 밝혀냈고, 현재 장내 미생물과 내동결물질을 활용한 신약 발굴을 연구하고 있다.

“붉은점모시나비가 얼마나 신기한지 아세요? 알 속 애벌레 형태로 뜨거운 여름을 피하는 하면을 하고 겨울이 되면 부화해 활동하는 매우 특이한 곤충입니다. 추운 곳을 좋아하는 한지성 곤충이죠. 여름부터 잠을 자다 겨울에 깨어나는 동물은 붉은점모시나비가 전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이 붉은점모시나비의 애벌레가 영하 35도에서도 살아남고, 알은 영하 47.2도까지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몸의 수분이 얼지 않도록 하는 항(抗)동결 물질 때문에 이런 초능력을 갖고 있는데, 학자들도 ‘그런 곤충이 어디 있냐’며 믿지 않았습니다.”

이 소장은 이렇게 미스터리한 곤충의 세계를 규명하면 건강한 삶을 지탱해줄 환경 파괴 없는 신약 제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억5000만 년 전 출현한 곤충은 무려 200만 종이나 되지만 곤충의 세계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라면서 애벌레나 곤충은 미래의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이 특히 주목하는 건 곤충이 생애 중 가장 많은 기간을 보내는 애벌레다. 이 애벌레에서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 소장은 한 종류의 곤충 애벌레에서 항암물질을 추출할 수 있는 기능성 원료를 발견했고 신약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들은 자기들을 먹는 애벌레에 저항하기 위해 독성물질을 분비합니다. 애벌레는 자기 몸을 보호하려고 이 독성물질을 해독할 수 있는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어요. 이 미생물을 이용해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신약물질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 곤충을 인공 증식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곤충마다 특성이 다르고 요구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는 기린초만 먹을 정도로 식성이 까다롭다. 애기뿔소똥구리는 신선한 소똥만 먹기에 직접 소를 키워야 한다. 물장군 증식을 위해선 물장군의 먹이인 올챙이, 민물고기까지 길러야 한다. 학술활동에 막노동까지 겸해야 하는 셈이다.

이 소장은 지구 생태의 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름만 봐도 그가 멸종위기라는 문제에 얼마나 천착하는지 알 수 있다. 홀로세는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 다음으로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지질시대)을 말한다. 이 소장에 따르면 충적세(沖積世) 또는 현세라고도 부르는 이 시기는 인류가 경작과 유목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모든 생태계를 위협하기 시작한 시기다. 그는 “홀로세에 인류에 의해 대부분의 생물이 멸종했으며 이를 ‘홀로세 멸종’이라고 한다. 파괴적인 인간에 의한 제6의 멸종이 생태계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며 “현재의 생태학적 위기를 알리고 자연과 생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소 이름을 ‘홀로세’로 지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위기의 지구를 곤충이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를 비롯한 식용동물 대신 곤충을 기르면 기후변화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곤충의 사료 효율은 소보다 10배가량 높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1㎏을 만드는 데는 각각 사료 10㎏과 5㎏이 필요한 데 반해 곤충인 귀뚜라미 1㎏을 생산하는 데는 사료 1.7㎏만 있으면 충분하다. 식용 가능한 부위도 귀뚜라미는 80%인 반면 소는 40%에 불과하다. 반면 곤충 사육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돼지의 10분의 1이다. 단백질 공급원을 육류에서 곤충으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생태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곤충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도 멸종위기 곤충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 곤충으로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국민에게 알려 드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