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성 욕구 표출하던 돌고래 자파의 일생

  • 임병선 기자
  • 2020.05.24 09:00
부검을 앞둔 자파의 사체 (사진 위트레흐트 대학교)/뉴스펭귄

사회적, 성적 욕구를 충족하지 못해 배를 쫓아다니던 돌고래 자파가 결국 배에 치여 죽었다.

프랑스에서 다이버와 배를 쫓아다니는 행동으로 유명했던 돌고래 ‘자파(Zafar)’가 꼬리 지느러미가 잘린 채 네덜란드 벡안지(Wijk aan Zee) 해변에서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사체로 발견, 위트레흐트 대학교(Universiteit Utrecht) 수의학부에 옮겨져 부검에 들어갔다. 자파 부검을 진행한 론네케 아이슬딕(Lonneke IJsseldijk)은 “돌고래가 배와 강하게 충돌해 사망했다”고 이날 사인을 밝혔다.

배에 치여 죽은 자파에게는 긴 사연이 있다. 자파가 전 세계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기 시작한 건 2018년 8월이다. 자파는 프랑스 바닷가 마을 브헤스트(Brest)에서 다이버와 함께 헤엄치는 돌고래로 유명했다. 이름을 붙여준 것도 이 지역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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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파는 여행지인 브헤스트 해변에서 홀로 활동하며 헤엄치는 사람들에게 몸을 비비고 올라탔다. 한 여성을 물 위로 띄우는 행동까지 보였고, 나중에는 모터와 프로펠러가 달린 보트나 큰 배를 쫓아다니며 몸을 비볐다.

당시 자파 행동을 목격한 호주 돌고래 연구소(Dolphin Research Australia) 소속 엘리자베스 호킨스(Elizabeth Hawkins) 교수는 “몸을 비비는 행동은 다른 고래류 동물에게도 나타나는데, 성적 욕구를 표출하는 행위”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그는 자파가 무리에서 떨어져 사는 것은 “사회적 추방”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박사는 특정 수컷 돌고래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이유를 지난해 12월 CBS에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수컷 돌고래는 짝짓기를 위해 두세 마리가 무리를 짓고 암컷을 가로막은 다음 구애를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도움만 받고 다른 개체를 도와주지 않는 수컷 돌고래는 돌고래 사회에서 외면 받는다.

아래 영상은 타 지역에서 촬영된 다른 돌고래가 사람에게 구애 행위를 하는 장면이다.

호킨스 박사는 “(이런 이상한 행동들은) 돌고래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 관계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헤스트 시 측은 다른 전문가에게도 비슷한 결론을 얻었고 결국 여행객 안전을 위해 돌고래가 나타났을 때 해당 바닷가에서 수영을 금지했다.

소식이 한참 잠잠하던 중 자파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항구에서 지난 2일 발견됐다. 프랑스에 머무르던 자파가 네덜란드에 온 것을 이상하게 여긴 네덜란드 돌고래 보호단체 SOS돌고래(SOS Dolpijn)가 조사에 착수했다. 그들은 이 돌고래가 프랑스 항구를 떠난 배를 3일 동안 쫓아 네덜란드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암스테르담 항구에서 발견된 자파 생전 모습 (사진 SOS Dolpijn)/뉴스펭귄

단체 측은 해당 지역이 돌고래가 살기 힘든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지역이라고 판단, 돌고래의 생명을 위해 배로 유인한 다음 먼바다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자파는 약 열흘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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