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 늦장대응 숨기려다 비판" 아마존 부족민 코로나19에 이중고

  • 임병선 기자
  • 2020.05.19 14:52
트럭을 이용하는 아마존 부족 (사진 flickr)뉴스펭귄

아마존 원주민 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휘말린 가운데, 브라질 당국이 늦장 대응으로 비판받고 있다.

브라질 내 아마존 보호구역에 사는 원주민 부족에는 이미 코로나19가 퍼진 상태다. 일부 원주민 부족은 도시와 교류하며 삶을 영위하는 경우도 많아 코로나19 전염 우려가 컸다.

브라질 원주민 연합(Brazilian Indigenous Peoples' Association)은 원주민 92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다고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단체는 병원 측이 환자를 기재할 때 원주민 이름(부족 전통 이름)을 쓰지 않고 다른 이름을 쓰기 때문에 더 많은 사망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코로나19 사태가 브라질에 시작됐을 때부터 각종 환경단체와 매체는 감염병에 대처해 본 경험이 없는 원주민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와 정부 소속 원주민 관리청(FUNAI)은 이런 요구에 별 다른 응답이나 대처를 하지 않았다.

브라질 정부는 원주민 사진가로 유명한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ão Salgado)가 지난 5일 인스타그램으로 대통령에게 영상 서한을 보내고 원주민 보호 서명을 받기 시작한 후 태도가 급변했다.

 
 
 
 
 
 
 
 
 
 
 
 
 
 
 

Sebastião Salgado(@sebastiaosalgadoofficial)님의 공유 게시물님,

살가도는 영상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원주민이 “몰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대통령이 내세우는 아마존 숲 개발을 비판했다. 이 서한에 동의하는 서명 약 24만 5000개가 모였고 브래드 피트(Brad Pitt),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지젤 번천(Gisele Bündchen) 등 각국 유명인사가 서명에 참여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관리청 측은 살가도의 원주민 사진 작품을 가지고 있었는데 서한이 화제가 된 후 이를 살가도에게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관리청은 금전적 가치가 높은 살가도의 작품을 경매에 붙여 원주민을 돕는 데 사용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관리청은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왔다”면서 원주민에게 4만 5000개 식료품 키트와 20만 개 위생 장비를 공급했고, 4만 개 식료품 키트를 더 보낼 예정이라고 미국 AP통신에 18일 말했다.

하지만 AP통신이 원주민 관리청 직원에게 입수해 이날 공개한 내부 현황은 관리청 입장과는 달랐다. 직원 4명은 관리청이 5월 셋째주에 뒤늦게 물자 공급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원주민에게는 휘발유 등 필수물품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단속인력이 줄자 불법 벌목과 방화가 늘어나는 것도 원주민 삶에 큰 위협이다. 게다가 보우소나루 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개발이 금지된 아마존 보호구역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최근에는 아마존 보호구역을 정부 주도 아래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통과를 시도했다. 이에 각종 매체는 코로나19를 연막으로 법안을 쉽게 통과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 보우소나루와 원주민 관리청장은 예전부터 원주민 보호 정책을 반대해 온 대표 극우 인사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원주민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아마존 숲에서 사는 것을 비난한 바 있다.

2012년 아마존 댐 건설 반대를 위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자회견을 연 아마존 원주민 인사 (사진 flickr)/뉴스펭귄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매체들과 달리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자본,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뉴스펭귄이 지속적으로 차별화 된 기후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후위험을 막는데 힘쓰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뉴스펭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후원할 수 있는 분들께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지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월 뉴스펭귄을 후원해주세요. 단 한 차례 후원이라도 환영합니다. 후원신청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기후위험 막기에 전념하는 독립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