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삼키는 가오리...해저에 '더 큰' 비극이 있다

  • 임병선 기자
  • 2020.05.06 10:08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플라스틱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양 플라스틱 문제라면 보통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껴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 바다를 떠 다니는 플라스틱 더미 등을 떠올리게 된다. 각종 매체도 바다에 떠다니는 엄청나게 많은 양 플라스틱 더미를 보도한다. 2014년, 발리에서 만타 가오리가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삼켰다 뱉는 장면이 포착돼 많은 사람에게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바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해양 플라스틱은 단 1%에 불과하고 바다에 퍼진 플라스틱 중 99%는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장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쌓였던 곳은 1㎡당 19만 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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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분석한 이미지 (사진 맨체스터 대학교)/뉴스펭귄

연구진 설명에 따르면 심해 조류는 미세플라스틱을 해저 다양한 곳에 옮겨 전 세계 해양에 영향을 준다. 심해 조류는 미세플라스틱 뿐 아니라 바닷물 속 산소와 다른 영양분도 함께 옮기기 때문에 영양분이 많은 해역에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쌓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영양분과 산소가 풍부한 해역을 찾은 해양 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확률도 높아진다.

미세플라스틱은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아 해양 생물이 의식하지 못하고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강과 바다로 퍼진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미세플라스틱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를 경고해 왔다.

연구진이 3D 이미지로 만든 미세플라스틱이 쌓이는 과정 (사진 맨체스터 대학교)/뉴스펭귄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Manchester)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이 연구는 사이언스(Science)에 지난달 30일 발표됐고 맨체스터 대학교 측이 연구 관계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이날 게시했다.

연구진은 해양 환경에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 위해 두 축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한 축은 지중해 해저에서 채취한 미세플라스틱 종류를 알아내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분류를 위해 지중해 해저 여러 곳에서 모래 샘플을 채취, 미세플라스틱을 분리했다. 분리한 플라스틱을 검사한 결과 합성섬유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 상당수 발견됐다. 여타 플라스틱 포장재 등이 부서진 조각도 많았다.

올해 2월 발표된 다른 논문도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착용하거나 세탁할 때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발생, 세탁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폴리에스터 섬유를 확대한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연구진은 나머지 한 축으로 미세플라스틱 이동 경로를 추측해 해저에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는지 밝혀내고자 했다.

과학자들은 앞서 밝혀낸 미세플라스틱 종류로 통계를 내 어떤 경로로 미세플라스틱이 이동했는지 파악했다. 이동 경로를 가지고 있던 심해 조류 데이터와 결합해 정확한 미세플라스틱 이동 경로를 밝혀냈다.

연구진 중 한 명 마이크 클레어(Mike Clare)는 “이 연구결과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을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맨체스터 대학교와의 인터뷰에서 의견을 밝혔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노력이 눈에 잘 보이는 플라스틱인 빨대, 플라스틱 컵 등에 국한되지 않고 삶 모든 방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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