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인 척 하다 진짜 나뭇잎 능력 얻은 바다생물 사연

  • 임병선 기자
  • 2020.05.01 08:00

게임 ‘별의커비’에 등장하는 주인공 ‘커비’는 적을 흡수해 꿀꺽 삼킨다. 그러면 자기가 삼킨 적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

조류(미역과 같이 주로 수중에서 생활하는 원생생물)를 먹다 조류의 능력인 광합성 능력을 얻은 민달팽이가 있다.

적을 흡수해 삼키면 적의 능력을 뺏어 변신하는 커비 (사진 'Nintendo'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복족류(복부에 다리가 붙은 연체동물) 일종인 푸른민달팽이(학명 Elysia chlorotica)는 나뭇잎을 닮았다. 덕분에 ‘바닷속 나뭇잎’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꿈틀거리지만 않으면 누구라도 나뭇잎이라고 믿을 법한 모습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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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건 생김새만이 아니다. 푸른민달팽이는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산다. 광합성을 하는 동물은 많지 않다. 푸른민달팽이를 비롯한 일부 해양 복족류, 일부 해파리 종이 광합성을 할 수 있다.

나뭇잎 같은 모습을 가진 푸른민달팽이 (사진 flickr)/뉴스펭귄

더 놀라운 건 이런 능력을 얻게 된 비결이다. 푸른민달팽이는 조류를 먹이로 삼는데, 조류가 가진 광합성 능력을 ‘뺏어’ 자기 것으로 만든다.

푸른민달팽이는 조류를 소화시키는 도중 광합성 세포기관인 엽록체만 분리, 흡수해 몸속에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된 엽록체는 피부가 투명한 푸른민달팽이가 초록색으로 변하게 한다. 엽록체는 몸속에서 9달 정도 광합성에 사용되는데 조류가 엽록체를 활용하는 기간보다 길다.

푸른민달팽이 몸을 확대한 사진. 좁은 관 안에 엽록체를 저장하는데 피부가 반투명해 초록색이 비친다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푸른민달팽이가 광합성을 한다는 사실은 일찍 밝혀졌지만 어떻게 9달이란 긴 기간 동안, 심지어 원래 주인인 조류보다 오래 엽록체를 저장할 수 있는지는 40년 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푸른민달팽이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2013년 한 실험에서는 푸른민달팽이가 광합성과 먹이 없이 55일 동안 살아남은 것이 확인됐다.

한 연구진은 이 실험을 계기로 푸른민달팽이가 엽록체를 ‘빌리는’ 게 아니라 엽록체가 가진 특성을 ‘뺏어’ 자기 기관처럼 만든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 이후 유전자 단위로 푸른민달팽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푸른민달팽이가 광합성에 필수적인 효소를 생성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현상에 대해 “조류가 소화되면서 손상된 엽록체를 몸속에서 수리해 계속 기능하도록 만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전적으로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유전정보를 이어받은 어린 개체는 부모 개체의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조류를 왕성하게 먹어 치워 능력을 얻는다. 이 시기에는 계속 조류를 먹어야 광합성을 할 수 있지만, 성장하면서 자가 기관으로 변해 먹이 없이 광합성만으로 살 수 있게 된다.

바다에 사는 몇몇 복족류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나뭇잎 양’이라 불리는 복족류 일종(학명 Costasiella kuroshimae) 생물이 귀여운 모습으로 유명하다.

나뭇잎처럼 생긴 몸체가 마치 털처럼 붙어 있는 모습이다. 까만 눈 두 개가 콕콕 박혀 있는 얼굴이 포인트다.

뾰족한 몸체를 곳곳에 달고 있는 Costasiella kuroshimae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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