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계 괴롭히는 '끔찍한 혼종' 5선

  • 임병선 기자
  • 2020.04.26 08:00

재활용 업자들이 증언한 재활용이 어려운 물품을 소개한다.

한 재활용 업자는 재활용하기 어렵게 여러 재료가 혼합된 물건들을 ‘끔찍한 혼종’이라 부른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 가디언(The Guardian)은 해당 업자를 취재해 재활용하기 힘든 3가지 품목을 리스트 형식으로 만들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인물. 다른 종족을 뒤섞어 새로운 종족을 만든 모습을 보고 "누가 이런 끔찍한 혼종을 만들어냈단 말인가!"라는 대사를 남겼다 (사진 스타크래프트2 게임 화면 캡처)/뉴스펭귄 

국내외에서 재활용 문제를 일으키는 '끔찍한 혼종'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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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은 배터리가 들어간 제품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 카드를 줘야 하는데 특별한 편지지에 주고 싶어!”

열면 노래가 나오는 멜로디카드 (사진 flickr)/뉴스펭귄

펼치면 노래가 나오는 멜로디 카드(펼치면 음악이 나오는 편지지)를 사려는 당신,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지만 참아 주었으면 좋겠다. 멜로디 카드에는 작은 전지와 단순 기계가 들어 있다. 겉만 보면 종이처럼 보이는 멜로디카드가 종이류를 재활용하는 과정에 포함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재활용 업자이자 연구가 케이트 베일리는 “요즘 나오는 멜로디 카드, 노래가 나오는 풍선 등 여러 아이디어 상품에 리튬이온 전지가 들어 있다. (재활용을 위한 분쇄) 장비에 눌리면서 스파크가 발생하고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혹여 멜로디카드로 받은 편지를 버리게 된다면 내부 장치와 전지를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국내에도 한 때 불을 붙이면 자동으로 돌아가며 노래가 나오는 연꽃 생일 초가 유행한 바 있다.

 

2. 파우치 형태 용기

최근 두유부터 꿀까지 갖가지 식품이나 각종 세제 등이 파우치 형태 용기에 담겨 있다. 파우치 형태 용기는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 비닐 여러 겹을 압착해 만들어진다. 부피가 작고 내용물 보존기간이 길어 유통이 용이한 특성 덕분에 최근 여러 산업에서 채택되고 있다.

파우치 형태 용기에 든 화장품 (사진 flickr)/뉴스펭귄

그러나 재활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용물을 보존하기 위해 알루미늄 포일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할 수 없다. 게다가 대부분 제품이 뚜껑과 몸체가 서로 다른 플라스틱 재질이라 재활용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3. 비닐 스티커, 라벨

비닐 스티커와 라벨은 재활용의 또 다른 적이다. 대부분 세제 용기는 PE, 물병은 PET 재질로 재활용이 잘 되는 재질에 속한다. 하지만 라벨이나 용기에 붙어 있는 스티커는 다른 재질인 경우가 많다.

라벨이 붙은 채 쌓여 있는 플라스틱 물병 (사진 flickr)/뉴스펭귄

배출할 때 라벨이나 스티커를 분리해 버려야 하지만 한 미국 환경단체 관계자는 “그걸 누가 하겠냐”고 지적한다. 해당 환경단체는 제품 제조업자가 재활용에 책임을 지는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 활동 중이다.

국내에는 롯데식품이 '아이시스 8.0 ECO 1.5L'라는 라벨이 없는 생수를 판매한다.

 

+국내

4. 펌프 용기

꾹꾹 누르면 세제나 샴푸, 화장품 등이 나오는 펌프 형식 용기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펌프를 만들기 위해 제품 내부에 용수철이 포함된다. 용수철은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 과정에서 대부분 폐기된다.

펌프 용기에 담긴 화장품 (사진 Pixabay)/뉴스펭귄

게다가 펌프 용기는 투명하거나 색이 없는 물병과 달리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 범위가 매우 좁다.

샴푸의 경우 펌프는 물론 플라스틱도 이용하지 않는 제품이 있다. 샴푸 성분을 비누 형태로 만든 ‘샴푸바’다. 해외 업체로는 ‘러쉬’가, 국내 업체로는 ‘동구밭’이 대표적으로 샴푸바를 생산한다.

동구밭 샴푸바 제품 (사진 동구밭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5. 편의점 커피

너무 졸린 오후, 커피 전문점 커피 가격이 부담스러운 임 씨(25)는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여러 일회용 컵 커피 중 하나를 구매해 마셨다.

플라스틱 컵에 든 커피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다 마신 뒤 버리려고 보니 뚜껑도 재질이 다른 것 같고, 위에는 알루미늄 포일도 덮여 있다. 플라스틱이니까 재활용이 되겠거니 하고 버린 커피 컵,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재활용 공정에서 알루미늄 포일을 따로 제거하기 어렵고 커피 컵은 복합 재질 플라스틱으로 제조돼 대부분 폐기 처리된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개인이 조금 수고하는 방법은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하지만 개인 다회용 컵(텀블러 등)을 가져가면 할인을 제공하는 커피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다.

텀블러를 활용하면 할인을 제공하는 커피 전문점이 늘고 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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