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에 널리 쓰이는 '붉은털원숭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

  • 남주원 기자
  • 2020.04.16 09:53
붉은털원숭이(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아메리카 원산 영장류와 달리 아시아·아프리카에 사는 영장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쉽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북경협화의대(Peking Union Medical College)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대해 동물실험한 결과를 논문사전공개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게재했다.

동물실험 대상은 영장류 3종으로 붉은털원숭이(Macaca mulatta), 필리핀원숭이(Macaca fascicularis), 비단마모셋(Callithrix jacchu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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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원숭이(사진 'Pixabay')/뉴스펭귄
비단마모셋(사진 'Flickr')/뉴스펭귄

붉은털원숭이는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전역, 중국 남부 등지에 분포, 필리핀원숭이는 동남아시아에 산다. 그리고 비단마모셋은 아메리카 출신이다.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 12마리, 필리핀원숭이 6마리, 비단마모셋 6마리를 대상으로 비강(콧속, 콧구멍에서 목젖 윗부분에 이르는 빈 곳)과 인후(목구멍), 항문 등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입한 뒤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지켜봤다.

이하 붉은털원숭이, 필리핀원숭이, 비단마모셋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입해 실험한 결과(사진 'bioRxiv')/뉴스펭귄

그 결과 붉은털원숭이는 12마리 전부 38도 이상으로 체온이 오른 채 유지됐다. 최고 40.9도까지 체온이 상승한 개체도 있었다. 필리핀원숭이는 6마리 중 2마리가 열이 올랐다. 

그러나 비단마모셋은 바이러스로부터 받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털원숭이와 필리핀원숭이는 18마리 모두 폐침윤증이 진행됐으며 바이러스 RNA(리보핵산) 분석에서도 높게 검출됐다. 하지만 비단마모셋은 바이러스 투입 후 2주 내내 바이러스 검출 수준이 낮았다.

(사진 'bioRxiv')/뉴스펭귄
(사진 'bioRxiv')/뉴스펭귄

즉 붉은털원숭이, 필리핀원숭이, 비단마모셋 순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캐나다 캘거리대학교(University of Calgary)와 미국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공동연구팀은 영장류 종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에 대해 앞선 지난 11일 '바이오아카이브'에 연구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사람의 ACE2(안지오텐신전환효소2)와 영장류의 ACE2 구조를 비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사진 'Pixabay')/뉴스펭귄

ACE2는 폐, 신장 등 세포벽에 존재하는 효소 단백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뾰족한 돌기부분인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와 결합해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할 수 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이어진 구조를 갖는데, 이에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ACE2 단백질의 핵심 12개 아미노산을 비교했다. 

그 결과 '구세계원숭이(Old World Monkey)'로 불리는 붉은털원숭이 등 아시아·아프리카 영장류는 사람과 12개 아미노산 종류와 순서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신세계원숭이(New World Monkey)'에 속하는 비단마모셋 등 아메리카 영장류는 12개 아미노산 중 9개는 같고 3개는 다르게 나타났다.

구세계원숭이는 협비원류(狹鼻猿類, 코가 좁은 원숭이), 신세계원숭이는 광비원류(廣鼻猿類, 코가 넓은 원숭이)라고도 한다.

붉은털원숭이(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이 중 구세계원숭잇과로 분류되는 붉은털원숭이는 인류 발전에 이바지한 주요 실험동물로 이용돼 왔다. 붉은털원숭이는 레서스원숭이(Rhesus monkey)라고도 하는데, 사람의 혈액형(Rh혈액형)을 결정하는 Rh인자가 바로 붉은털원숭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붉은털원숭이는 Rh인자를 갖고 있는데다 인간과 93%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또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에겐 없는 일부 공유 유전자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각종 의학 및 생리학 실험에 중요하게 사용돼 왔다.

동물실험중인 붉은털원숭이(사진 'Pixabay')/뉴스펭귄

여기엔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등 대형 유인원을 동물실험 대상으로 쓰면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2010년 유럽연합(EU)은 대형 유인원을 실험동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동물보호법을 통과시켰으며, 2015년 6월 미국은 침팬지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 실험동물로 금지시켰다.

그 대체로 상대적으로 몸집이 훨씬 작고 가벼운 붉은털원숭이가 주요 실험동물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동물보호 및 윤리의식 등으로 동물실험에 쓰일 붉은털원숭이 공급이 전세계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며 원숭이 한 마리가 갖는 값어치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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