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놓인 '금단의 열매', 코코드메르의 전설

  • 임병선 기자
  • 2020.04.15 08:00
코코드메르 열매. 왼쪽 수컷 열매, 오른쪽 암컷 열매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아프리카 대륙에서 한참 떨어진 인도양 위 섬나라 세이셸에는 인체 일부 모양을 꼭 닮은 코코넛이 열린다.

세이셸에만 열리는 열매다. 엉덩이 모양을 한 커다란 씨앗을 가진 열매는 보통 코코드메르(Coco de Mer)라고 불리며 ‘바다코코넛’, ‘쌍코코넛’이라고도 불린다. 이 종은 아종 없는 세이셸 고유종(특정 지역에만 존재하는 생물)이다.

코코드메르는 일반 코코넛과 다르게 나무에 성별 구분이 있다. 하필 수그루에서 피는 꽃은 길쭉한 막대기 모양이다. 연관 짓지 않으려 해도 인간 특정 신체부위와 비슷한 외형 덕에 별명이 많다. ‘금단의 열매’, ‘아담과 이브 열매’, ‘에로틱 코코넛’ 등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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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벗긴 코코드메르 열매. 왼쪽은 암그루에서 자라는 열매, 오른쪽은 수그루에서 자라는 꽃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엉덩이 모양 코코드메르를 만지면 행운이 뒤따른다는 미신이 있다. 몇몇 나라에서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모양을 보면 이런 명성을 얻는 게 무리는 아니다. 이 때문에 과도하게 소비돼 멸종위기에 놓였다는 풍문도 있다.

풍문으로 전해진 멸종위기 원인은 사실과 다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07년 코코드메르 나무를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개체수 감소 원인은 경작지 개발, 생태계 교란, 외래종으로 규정했다.

무르익고 있는 코코드메르 열매 (사진 flickr)/뉴스펭귄

보기 드문 코코드메르는 한국과 신기한 인연이 있다. 순천만 정원에 이 귀한 코코넛이 전시돼 있다. 2012년 순천시장이 세이셸을 방문했다 세이셸 대통령에게 기증받은 것이다.

물 속에 담궈진 코코드메르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코코드메르에 대해 전해지는 전설은 지금까지 말한 상징들과 의미하는 바가 사뭇 다르다.

이야기는 세이셸이라는 섬나라가 발견되기도 전 일이다. 코코드메르는 일반 코코넛과 다르게 물에 뜨지 않는다. 일반 코코넛은 바다에 떠 다니다 다른 섬이나 대륙에 뿌리내리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코코드메르는 바다에 빠지면 가라앉는다. 코코드메르는 바다 바닥에 오래 있다가 겉 껍질이 까지고 속이 썩어 바다 위로 떠오르게 된다.

물에 뜨는 다른 코코넛 (사진 flickr)/뉴스펭귄

이렇게 떠오른 코코드메르는 바다 위를 떠다니다 인도양(아프리카와 인도, 호주 사이 대양)을 건너 몰디브 섬 해안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코코드메르를 발견한 다른 주민들은 이 코코넛이 바닷속 나무에서 열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코드메르라는 이름이 붙었다. ‘Coco de Mer’는 프랑스어로 바다의 코코넛이라는 뜻이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바닷속에서 자라 떠오른 열매라니, 얼마나 진귀했을까. 몰디브 사람들은 해안에서 코코드메르를 발견하면 왕에게 진상해야 했고 왕은 이 코코넛을 모았다 나라를 구해준 귀한 손님에게만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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