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어미 품이라도 행복한 두 뽀송이 형제 성장기

  • 임병선 기자
  • 2020.04.07 15:49
박제 수리부엉이 품에 안긴 새끼 수리부엉이 형제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충남 예산에 위치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두 마리 새끼 수리부엉이 형제가 산다. 새끼 수리부엉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직원들이 수리부엉이 육아기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하고 있다.

뉴스펭귄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새끼 수리부엉이 포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봉균(31) 야생동물 재활관리사에게 새끼 수리부엉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난 26일 새끼 수리부엉이 소식을 처음 알리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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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새끼 수리부엉이 두 마리가 서로 얼굴을 비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바들거리지만 뾰족한 부리와 튼튼한 다리는 맹금류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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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 알은 충남 아산에 위치한 한 골재장(암석을 깨부숴 석재나 모래 등을 채취하는 장소)에서 발견됐다. 현장 작업자들이 야생조류 알로 추정되는 물체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했다.

지난겨울, 공사가 중지돼 인적이 드물어지자 수리부엉이가 골재장에 알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센터는 알을 확보해 보호했다. 김 관리사는 “어미가 알을 품던 환경이 훼손돼 포란(어미가 알을 품는 행위)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구조 이유를 밝혔다.

김 관리사 설명에 따르면 구조 이후 각각 알은 지난달 9일, 11일에 부화했다. 그는 “인공부화 시 생존률이 낮고 조류가 성장하더라도 야생에서 제대로 살기 어려워 일반적으로는 인공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경우 구조 당시 곧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상태여서 인공적으로 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게시된 밥을 먹는 영상에서도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다. 고기 조각을 갖다 대자 입을 벌려 먹이를 받아먹는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부리는 활발히 움직인다. 식사가 만족스러운지 음식을 넘기면서 날개를 퍼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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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일 뒤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두 수리부엉이 모두 눈을 뜨고 있다. 비록 한 마리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려 잠들지만 한 마리는 눈을 부릅뜨고 위용(?)을 자랑한다. 뽀송뽀송한 털도 많이 자라 붉게 드러난 속살도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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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게시된 동영상에서 성체 수리부엉이에 가깝게 눈이 노란색으로 변한 새끼의 가장 최근 모습을 볼 수 있다. 발도 크게 벌어졌고 발톱도 위협적이다. 바닥을 디딘 다리가 꼿꼿한 게 엄연히 다 큰 부엉이 같다. 하지만 여전히 깃털도 나지 않은 '아가수부(센터 측에서 수리부엉이를 부르는 약칭이자 애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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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수리부엉이가 독립해 방사되느냐는 질문에 김 관리사는 “동물 상태와 야생 환경을 고려해 적합한 시기를 고르는데 대체로 9월 이후”라고 답했다.

그는 “최상위 포식자인 수리부엉이는 태어난 지역에서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일(분산), 어미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일이 보통 다른 야생 조류보다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새끼 수리부엉이는 어미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아마 다시 만날 확률은 드물겠지만 직원들은 '아가수부'를 야생으로 돌려보내 어미와 같은 하늘을 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센터 측은 게시물을 통해 “두 형제가 무사히 자라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보살피겠다”고 밝혔다.

박제 수리부엉이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새끼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일상 생활에서 새 알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 관리사는 “(만약 조류 알을 발견하더라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알이 방치됐다고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방치됐는지 관찰하려는 과정이 어미가 알을 정상적으로 품을 수 없도록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부화하더라도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상태로 키우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개발, 공사 등 둥지 훼손이 명확한 상황이 아니라면 발견한 알은 그 자리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수리부엉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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