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즐넛 노리는 노린재...최대산지 터키에 닥친 방귀벌레 떼

  • 임병선 기자
  • 2020.04.06 11:47
헤이즐넛 열매가 맺힌 사진 (사진 flickr)/뉴스펭귄

해외에서 유입된 노린재가 헤이즐넛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

심한 냄새로 포식자를 쫓아내 방귀벌레로도 불리는 노린재 중 한 종, 썩덩나무노린재는 원래 남동아시아에 서식하다 화물에 실려 전 세계로 퍼졌다고 알려졌다. 노린재는 견과류, 과실 등을 가리지 않고 열매 안에 알을 낳고 먹어치워 작물에 피해를 입힌다.

썩덩나무노린재 (사진 미국 오레건주립대학교)/뉴스펭귄

새롭게 서식하게 된 지역이 천적이 없는 환경인 데다 노린재가 살기 좋은 따듯한 기후여서 엄청난 속도로 번식해 전 세계 작물에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 농촌진흥청도 썩덩나무노린재를 감귤과 사과 생산을 위협하는 병해충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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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 가디언(The Guardian)이 터키에 들이닥친 노린재 문제를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썩덩나무노린재에 의해 피해를 입은 귤 (사진 농촌진흥청 국가농작물병해충 관리시스템)/뉴스펭귄

터키에는 2017년 처음으로 썩덩나무노린재가 발견됐다. 이웃 나라 조지아가 이미 이 노린재에 의한 피해를 입은 뒤였다. 그 후로 터키 여덞 개 시에 퍼졌고 현재는 흑해 근처에 주로 서식하고 있다. 문제는 흑해 지역이 헤이즐넛 열매 최대 산지라는 점이다. 이 지역 헤이즐넛 생산량은 전 세계 70%를 차지할 정도다.

한 과학자는 이대로 노린재 확산이 계속되면 해당 지역 헤이즐넛 생산분 중 30% 정도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 경고했다. 온도쿠즈 마야스 대학교(Ondokuz Mayıs University)에서 식물보호를 연구하는 젤란 툰자쉬(Celal Tuncer) 박사의 주장이다.

지난 2월 국제견과류 협회 추최로 이 사태를 막기 위한 방법에 초점을 맞춘 학회가 개최됐다. 학회에서는 썩덩나무노린재 천적인 썩덩큰검정알벌(해외에서 흔히 사무라이말벌로 불리는 종)을 이용해 노린재 개체수를 줄이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썩덩큰검정알벌은 썩덩나무노린재 알 무리에 찾아가 알 안에 벌 알을 낳는다. 벌 유충이 노린재 알 속부터 먹어치우기 때문에 썩덩나무노린재 천적으로 분류된다. 포식자를 인위적으로 도입하는 방법은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썩덩큰검정알벌은 썩덩나무노린재 알 속에 알을 낳는다 (사진 미국 오레건주립대학교)/뉴스펭귄

하지만 이 방법을 쓸 경우 썩덩큰검정알벌이 노린재를 처리하는 데 있어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또 이 벌이 해당 지역 생태계에 해가 없다는 게 검증돼야 도입할 수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해결책이 효과를 보이기 전 헤이즐넛이 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

흑해 지역 헤이즐넛 수출 협회(Black Sea Region Hazelnut and Hazelnut Products Exporters’ Association)장 일리아스 에딥 세빈치(İlyas Edip Sevinç)는 “썩덩큰검정알벌 때문에 생길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라는 말은 이미 노린재의 위협이 눈 앞에 닥친 지금 잘못된 조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앞으로 다가올 몇 달간 기온이 헤이즐넛 생산량에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작년 겨울은 추웠던 덕분에 노린재가 겨울잠에서 늦게 깨어나 헤이즐넛이 충분히 두꺼운 껍질을 만들 시간이 있었고 생산량에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이번 해 평년보다 높은 기온 추세는 헤이즐넛 생산자들에게 닥칠 무서운 미래를 예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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