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펭귄 '펭수'의 유년 시절은 시리도록 살벌했다

  • 권오경 기자
  • 2019.01.22 15:37

황제펭귄 기후변화 최대 취약종... 생애주기 연구 더 필요

황제펭귄은 청소년기에 둥지를 떠나 처음 바다에 입수한 뒤 스스로 수영과 다이빙, 먹이를 구하는 법 등을 배운다. (사진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뉴스펭귄

베일에 가려있던 아기 황제펭귄의 '홀로서기'가 드러났다.

미국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 데일리는 여태껏 알려진 바 없는 새끼 황제펭귄의 행동특성을 미국 비영리단체 우즈 홀 해양 연구소(WHOI)의 과학자들이 알아냈다고 보도했다.

황제펭귄은 지구에서 가장 열악한 곳에서 태어난다. 유년기도 약 5개월로 짧아 부모가 떠나면 ‘얼음왕국’ 남극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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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해양생태진전’ 시리즈에 게재된 이 연구내용에 따르면 황제펭귄은 청소년기에 둥지를 떠나 처음 바다에 입수한 뒤 스스로 수영과 다이빙, 먹이를 구하는 법 등을 배운다. 유년기때 부모에게서 배우지 않고 혼자서 터득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2013년과 2014년 12월, 황제펭귄들이 주요 서식지인 아델리랜드의 둥지를 떠나기 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펭귄을 골라 총 15마리에게 위치추적 태그를 부착했다. 연구는 날씨가 점차 따뜻해져 펭귄의 둥지 근처에 빙하가 깨지고 물길이 열리기 시작할 때쯤 이뤄졌다. 연구진은 위성을 통한 위치추적 장치로 펭귄의 움직임과 다이빙, 지역 데이터 등을 수집할 수 있었다.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아기 황제펭귄은 겨우내 해빙 아래서 잠수하며 보낸다. 새끼 펭귄은 처음엔 비교적 수온이 높고, 수영하기 편한 북쪽으로 이동했다.

연구팀은 펭귄의 다이빙과 ‘변온층’으로 알려진 해양층 간의 관계에도 주목했다. 변온층은 비교적 따뜻한 수면이 더 차가운 심해와 만나는 지점으로 펭귄의 먹이가 주로 이곳에 서식한다.

다이빙에 익숙해지면 펭귄은 해빙이 많은 남쪽으로 이동해 변온층까지 접근한다. 크릴새우나 물고기 등을 잡기 위해 점점 더 깊은 바닷속까지 다이빙하는 것이다. 가장 깊이 다이빙한 기록은 수심 약 264m였다. 펭귄들이 다이빙한 횟수는 총 6만2000회로 나타났다.

어린 황제펭귄의 생태 특성에 대한 이번 연구가 미래의 기후변화에 황제펭귄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연구진들은 입을 모았다.

WHOI의 박사 연구원이자 이번 연구를 이끈 사라 라부스는 "우리는 이전까지 펭귄이 얼마나 오래, 깊이 잠수하며 이동하는지 알지 못했다“며 ”펭귄의 생애주기에 대한 연구는 기후변화에 이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지에 대한 아주 중요한 통찰력을 주는 연구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펭수는 EBS가 2019년 4월 선보인 캐릭터로, 스타를 꿈꾸며 남극에서 한국까지 헤엄쳐 온 키 210㎝의 11살 황제펭귄이다(사진 EBS '자이언트 펭TV')/뉴스펭귄

황제펭귄은 가장 덩치가 큰 펭귄이지만 기후변화에는 남극에서 제일 취약한 동물로 꼽힌다. 번식, 먹이활동 등 황제펭귄의 생활 패턴이 해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극의 가을철인 3월쯤 알을 낳는데 이 때가 해빙이 펭귄들의 둥지를 지탱할 만큼 충분히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해빙이 줄어들면 번식 자체가 어려워진다.

영국남극조사(BAS)에 따르면 황제펭귄 외에 아델리펭귄, 턱끈펭귄, 혹등고래 등도 기후변화 취약종이다. 이들이 먹이로 삼는 크릴새우가 기후변화로 인해 감소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불가사리, 성게 등은 해빙이 녹으면 더 많은 서식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우즈홀해양학연구소 스테파니 제누비에는 “황제펭귄 유조들은 짝짓기를 위해 원래 서식지로 돌아가기 전까지 약 5~6년 동안 바다에 머문다”며 “미래의 기후변화에 황제펭귄이라는 종이 어떻게 대처할지 예측하려면 이 시기의 펭귄 생태를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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