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생존 위해선 '수포자' 안돼... 동물세계 셈법

  • 임병선 기자
  • 2020.04.02 14:58
꿀벌은 꿀을 찾으러 가는 동안 몇 개의 랜드마크를 지나쳤는지 기억한다(사진 flickr)/뉴스펭귄

거의 대부분 동물이 생존에 수학을 이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과학 학술지 ‘트렌드 인 이콜로지 앤 에볼루션(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는 "수적 경쟁에 적응하는 능력(The Adaptive Value of Numerical Competence)"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독일 튀빙겐 대학교(Universität Tübingen) 소속 동물 신경과학자 안드레아스 니이더(Andreas Nieder)의 연구다.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와 미국 자연환경 전문지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 논문을 인용, 보도했다.

니이더는 여러 자료에서 숫자와 연관 있는 동물 데이터를 모아 연구를 진행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거의 모든 종의 동물이 셈을 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개별적인 동물이나 특정 종이 숫자를 센다는 연구결과는 있었지만 많은 동물을 비교하고, 거의 모든 동물과 수학을 연관시킨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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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따르면 많은 동물이 생존에 수학을 활용한다. 셈을 세는 동물로 대표적인 것은 벌이다. 꿀벌은 꿀을 찾으러 가는 동안 자기가 몇 개의 기억할 만한 건축물을 지나쳤는지 센다. 연구진은 “꿀벌이 숫자를 세는 능력은 척추동물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튀니지에서 사는 사막 개미 한 종(학명 Cataglyphis fortis)도 서식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발걸음을 센다.

곤충만이 아니다. 연구에 쓰인 자료 중에서 무당개구리가 대략적으로 숫자를 세 더 많은 먹이가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늑대는 사냥감에 따라 무리 숫자가 바뀐다(사진 flickr)/뉴스펭귄

동물들은 셈을 이용해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회색늑대는 무리 지어 사냥하는데 자신이 속한 무리가 몇 마리 사냥감에게 대적할 수 있는지 숫자로 비교한다.

예를 들어 엘크나 무스를 사냥할 때는 6마리에서 8마리만으로 사냥할 수 있지만 들소를 사냥하려고 할 땐 9마리에서 13마리가 무리 짓는다.

늑대나 다른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엘크도 수학을 이용한다. 엘크는 늑대를 만날 확률을 줄이기 위해 작게 무리 지어 다니다가 사냥감이 되면 자기가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시 큰 무리로 모인다.

때로 영역 다툼을 위해 위해 '수'를 쓰는 동물도 있다. 암컷 아프리카사자는 영역다툼 중인 상대의 포효 소리를 듣고 몇 마리인지 파악해 싸울지 말지를 결정한다.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Serengeti National Park)에서 실험한 결과 암컷 아프리카사자에게 한 마리 암컷 사자의 표효를 들려줬을 때는 즉시 공격성을 보였지만, 두세 마리 울음소리를 같이 들려줬더니 머뭇거리며 공격하지 않았다.

"나한테 4만원을 빌려 간 걸로 기억해"(사진 flickr)/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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