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이 '기후위기 공범'으로 지목한 금융기관 (전문)

  • 김도담 기자
  • 2020.03.25 14:56
(사진 녹색연합 제공)/뉴스펭귄

환경단체들이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은 기후위기 공범"이라며 "석탄발전 투자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는 강원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포스파워 회사채 500억 원 규모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진 곳이라고 환경단체 측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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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과 기후솔루션은 "사실상 이들 금융기관이 삼척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위해 500억 원을 대출해 주는 것"이라며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대규모 석탄발전소에 투자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책임투자 방침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석탄발전 투자를 철회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석탄금융 중단을 선언한 금융기관이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는 것은 기후위기의 공범이 되는 것을 자처하는 일로, 우리 국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이런 투자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녹색연합 제공)/뉴스펭귄

기후솔루션 대표 김주진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하며 "NH투자증권 등 5개 금융사는 매우 잘못된 투자 결정을 내렸다. 이는 투자자에는 손실을, 시민에게는 미세먼지를 안겨줄 뿐인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 황인철 기후에너지팀장은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의 고통과 기후위기로 시름하는 지구의 아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석탄발전사업이 지속할 수 있는 건, NH투자증권처럼 무책임한 투자자들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에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사업자 의지가 강하고 정부가 이미 승인을 했더라도 발전소를 지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청소년기후행동,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 청소년·환경·시민단체들이 모여 전국 교육청이 탈석탄 금융기관, 석탄투자 중단을 선언한 금융기관 을 금고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문 전문.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하는 금융 기관은 기후위기의 공범이다!

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KB금융·한국투자증권·키움투자증권의 포스파워 회사채 인수를 규탄한다.

기후 위기 시대 전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철회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금융, 한국투자증권, 키움투자증권이 삼척 포스파워 회사채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오늘 우리는 5개 금융회사의 행태를 규탄하고, 더 이상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포스파워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약 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사채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며, 지난해 9월 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여 건설비를 조달한 바 있다. 그리고 2020년 3월 다시 회사채 500억 원 어치를 발행하며 인수 회사 모집에 나섰다. 

기후위기와 석탄발전의 경제성 하락,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5개 금융회사가 인수한 포스파워의 회사채 500억 원 중 확실한 인수 의사를 표한 금융사의 금액 총 합(유효수요)은 단 3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발행 당시 처음 설정한 목표 수요는 500억 원이었지만, 유효수요는 300억 원에 그쳤다. 

포스파워 회사채 대표인수회사인 NH투자증권은, 기후솔루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 중 석탄화력발전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금융기관 중 하나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전 발전자회사 회사채 인수, 민간 회사의 석탄발전투자, 석탄열병합 발전소에 대한 대출 등으로 석탄에 투자한 금액이 약 3.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ESG리포트를 발간하면서 책임투자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를 갖추기도 했으나, 이번에 다시 포스파워의 회사채 인수에 대표인수회사로 나섰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대규모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책임투자 방침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NH투자증권은 석탄발전소에 대한 계속적인 금융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올해 처음으로 포스파워의 회사채 인수에 나선 KB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며칠 전 KB금융은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하였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면서, “KB금융의 ESG경영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강력한 실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 ESG위원회는 금번 포스파워 회사채 인수 결정이 ESG경영 방침에 부합하는지 다시 검토해야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석탄발전, 또는 석탄과 관련된 시설에 대한 투자철회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노르웨이 연기금은 지난 해 한전을 ‘투자금지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전의 매출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3%(2017년 기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 외  알리안츠, HSBC 등 주요 금융기업이 석탄에 대한 투자철회 선언을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에 이어 DB손보, 교직원공제회, 대한행정공제회 등도 지난 해 석탄금융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후위기 시대, 금융기관의 윤리적 결정이기도 하지만, 석탄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을 잃어가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인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금융, 한국투자증권, 키움투자증권 역시 관행적인 석탄 투자를 중단하고,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흐름을 외면하는 것은 기후위기의 공범이 되는 것을 자처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삼척 포스파워와 같은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우리 금융기관의 투자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투자 철회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자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국민에 약속한 지속가능한 투자 방침을 이행하고, 우리 국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2020년 3월 25일

기후솔루션·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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