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위협받는 청소년..."우리 환경, 이미 기성세대와 달라"
기후위기에 위협받는 청소년..."우리 환경, 이미 기성세대와 달라"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0.03.23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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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진행된 지금,우리,여기 집담회에 참여한 김도현 활동가 (사진 환경운동연합 제공)/뉴스펭귄
지난해 12월 14일 진행된 지금,우리,여기 집담회에 참여한 김도현 활동가 (사진 환경운동연합 제공)/뉴스펭귄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기후변화를 직접 느끼고 행동에 나섰다.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흔히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을 펼 것을 요구한다. 지금 세대가 지구를 지켜야 다음 세대가 살아남으리라는 이유에서다.

북극 빙하 감소, 세계 각지 고온현상 등 기후변화가 먼 미래가 아닌 직면한 일이 되자 뒤늦게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더 많이 겪을 청소년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왔다. 투표권도 없고 발언하기도 힘든 청소년은 자신들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

이에 스웨덴 청소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주도해 청소년들이 학교를 결석하고 피켓을 들었다. 그는 스웨덴 정부 주도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며 ‘결석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기후변화 대응은 어른들의 일’이라는 통념을 깼다.

한국에도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청소년이 많다. 하지만 나이와 점잖음에 집착하는 한국 문화를 집약적으로 담은 ‘공부할 나이’라는 말이 지금까지 입을 막아왔다. 청소년 기후변화 단체 기사에는 항상 “공부나 하라”는 댓글이 하나쯤은 달린다.

입을 틀어막는 힘보다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 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중고생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이 단체는 지난해 3월 15일 시작으로 스웨덴에서 시작된 결석시위를 한국에서 이어나가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13일 광화문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으로 임해 대한민국 청소년이 기후변화에 직접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이유다.

붓다는 왜곡과 거짓 없는 세계를 위해 항상 ‘그에게 물어 보라’고 말했다. 뉴스펭귄이 청소년기후행동 김도현 활동가에 물었다.

헌법소원 심판청구서 제출 퍼포먼스 (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제공)/뉴스펭귄
헌법소원 심판청구서 제출 퍼포먼스에 참가한 김도현 활동가 (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제공)/뉴스펭귄

Q. 지난 1년 동안 청소년기후행동 활동, 어땠나요?

A. 1년 동안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많은 일을 했어요. 꾸준히 결석 시위를 열었고, 매주 주말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서울시 교육감과 환경부 장관을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하고, 각종 행사에서 연설과 강연도 여러 번 했어요. 그 결과 기후변화라는 이슈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확연히 높아졌어요.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저희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체계적인 기후변화 교육을 진행하고 채식급식 선택권을 보장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성과가 있었고요.

Q. 1년 간 활동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정작 정부에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고,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도 그대로였어요. 그래서 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이번 헌법 소원을 제기한 거예요. 이번 소송을 통해 정부가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행함으로써 우리의 환경권∙행복추구권∙생명권 등을 보장하기를 바랍니다.

Q. 어른들 주장에 소모되고 싶지 않다는 얘기는 어떤 계기로 나온 발언인가요?

A. 청소년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조직을 만들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사실 한국에서 흔한 일은 아니죠. 그러다 보니 시민사회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저희를 진심으로 지지하며 적극적인 도움을 주시는 어른들도 많이 생겼지만, 개인 또는 본인 단체의 이익을 위해 저희와 함께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저희는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청소년’이라는 사실이 단순히 기삿거리로 소비되거나 이목만 잠깐 끌고 끝나는 것을 지양하고 있어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 모인 청소년들 앞에서 발언하는 김도현 활동가 (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제공)/뉴스펭귄
지난해 9월 17일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 모인 청소년들 앞에서 발언하는 김도현 활동가 (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제공)/뉴스펭귄

Q. 주변 또래는 기후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저처럼 시위에 나서고 단체에서 활동하지 않더라도,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은 이미 기성세대와는 극명하게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에서는 선풍기로 여름을 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이 됐어요. 여름이면 낮에는 밖에 다니기가 어렵고, 학교 야외 체육 수업은 자주 취소되기도 해요. 뚜렷한 사계절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친구들이 ‘봄 여어어어름 갈 겨어어어울’이라고 농담하기도 해요.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를 인식한다고 해서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하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면 “멋있다” “좋은 일 하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와요. 하지만 격려나 지지에서 그칠 뿐, 실제로 행동에 동참하는 친구들은 적어서 아쉽습니다.

Q. 직접 체감하는 기후변화 중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나요?

A. 올해 1월에 청소년기후행동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현장답사를 갔어요. 해녀 분을 만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호초가 하얗게 변해 죽어가고, 많은 해양 생태종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수도권에 살다 보니 생태계 파괴를 직접 볼 기회가 없었는데, 바다를 비롯한 우리 주변 환경은 이미 기후변화에 고통받고 있다는 게 실감 나서 두려웠어요.

작년 겨울에 눈이 거의 오지 않은 것도 저에게는 조금 충격이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겨울이 되면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고 얼음썰매도 자주 탔었거든요. 그런데 지난겨울은 눈싸움을 할 수 있을 만큼 눈이 쌓인 적이 없어요. 고작 7,8년 사이에 기후가 이렇게 바뀌었다는 게 놀랍고, 앞으로는 또 얼마나 급격히 변할지 모르겠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헌법소원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청소년기후소송’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지지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후에는 대중에게 소송의 취지를 알리고, 헌법재판소에서 옳은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결석 시위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3월 13일에 결석 시위와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취소했어요. 아직은 미정이지만, 5월에는 결석 시위를 진행할 것 같아요.

Q. 헌법소원 심판청구서, 이후 상황에 진전이 있나요?

A. 아직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하고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서 진전은 없어요. 헌법 소원이 얼마나 길어질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각하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도 안전한 미래가 주어져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를 담은 이번 헌법 소원이 각하된다면 절망스럽고 슬플 거예요.

지난 13일 광화문 기자회견 현장에 참여한 청소년기후행동 김도현 활동가 (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제공)/뉴스펭귄
지난 13일 광화문 기자회견 현장에 참여한 청소년기후행동 김도현 활동가 (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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