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나 깨웠냐"...전 세계 곰 꿀잠 깨우는 기후변화
"니가 나 깨웠냐"...전 세계 곰 꿀잠 깨우는 기후변화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0.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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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곰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잠자는 곰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이상고온 현상으로 겨울잠에서 일찍 깨어난 곰 생활상이 세계 각지에서 들려오고 있다.

곰은 겨울이 되기 전 살을 찌우고 털을 늘린 후 겨울잠에 들어간다. 겨울은 먹이를 구하기 힘든 계절이기 때문에 덩치에 걸맞게 많은 먹이가 필요한 곰에게 겨울잠은 생존 방식 중 하나다.

곰이 평년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난 사례들이 전 세계에서 보고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잠에서 일찍 깬 야생 곰은 먹이가 충분하지 않은 겨울을 견디기 어렵다. 먹이가 부족해진 야생 곰은 민가로 내려오기 때문에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는 곰이 따뜻한 겨울 때문에 겨울잠에 들지 못하고 먹이를 찾아 민가에 내려왔다 사살되기도 했다.

한국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지난 12월 겨울잠에 들어간 것이 확인됐고 아직 깨어났다는 보고는 없다. 하지만 국내에도 뚜렷한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고 무등산 국립공원에서 겨울잠을 자던 두꺼비가 작년보다 2주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러시아를 비롯한 다섯 나라에서 기후변화 때문에 일찍 일어난 곰 사연을 들어보자.

1. 러시아

“3월 6일 두 곰이 겨울잠에서 깼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들이 원래 그렇듯 저녁쯤 되자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상할 정도로 따듯한 겨울 때문에 곰이 일찍 일어난 것 같다. (예상치 못한 기상에) 동물원 소속 동물학자들이 한창 바쁘다”

러시아 모스크바(Москва́)에 위치한 모스크바 동물원 최고경영자 스베틀라나 아쿠로바(Светлана Акулова)의 말이다.

러시아 동물원에 있는 곰이 평소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동물원 직원들은 잠에서 깬 두 마리 곰 배가 놀라지 않게 열매 위주 식단을 우선 제공할 예정이다.

곰이 겨울잠에 들지 못하면 인간에게도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2월 4일 러시아 시베리아(Сиби́рь) 이르쿠츠크(Ирку́тск) 지역 외곽 마을에서 66세 노인이 곰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 베란다에서 남성 시신이 발견됐는데 집 밖에서는 곰 발자국이 발견됐다. 곰은 다음날 그 장소에 다시 돌아왔다 사냥꾼과 경찰이 쏜 총에 죽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동물원에 있는 갈색곰 (사진 flickr)/뉴스펭귄
러시아 모스크바 동물원에 있는 갈색곰 (사진 flickr)/뉴스펭귄

 

2. 일본

잠들지 못한 일본 곰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야생 곰이 민가에 먹이를 찾으러 내려왔다 사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평년 12월 이후 겨울이 되면 곰이 겨울잠을 취하기 때문에 민가로 내려오는 야생 곰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달랐다. 일본 환경성(環境省)에 따르면 지난겨울 12월에만 약 200마리 이상 곰이 민가에서 포획됐다. 그중 사살된 곰도 여러 건 보고됐다. 이번 일본 겨울이 춥지 않아 아예 겨울잠에 들지 않은 곰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월 1일(이하 현지시간) 홋카이도(北海道) 오비히로시(帯広市) 시내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암컷 불곰 한 마리가 발견됐다. 이 곰은 포수가 쏜 총에 사살됐다.

지난 1월 21일에도 니가타현(新潟県) 미쓰케시(見附市)에 위치한 한 주택가에 1m 정도 곰이 계단에 웅크리고 있다는 신고가 일본 경찰에 접수됐다. 출동한 일본 경찰에 의해 곰은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

일본 동물원에 있는 곰 (사진 flickr)/뉴스펭귄
일본 동물원에 있는 곰 (사진 flickr)/뉴스펭귄

 

3. 미국

미국 옐로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 측은 공원에 서식하는 회색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난 것을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확인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곰이 깨어났으니 곰을 보러 공원을 방문해달라는 홍보성 게시물이었지만 평년보다 이른 겨울잠 종료 시기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공원 측 설명에 따르면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회색곰은 11월 말쯤 겨울잠에 들어가 4월 말에서 5월 초 깨어나 봄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번 해에는 3월 중순에 겨울잠이 끝났다.

곰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북미에 널리 서식하는 아메리카흑곰 (사진 flickr)/뉴스펭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곰 (사진 'Yellowstone National Park)/뉴스펭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곰 (사진 옐로스톤 국립공원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뉴스펭귄

 

4. 캐나다

기후변화로 인해 연어가 감소해 겨울잠을 준비할 시기에 바짝 마른 곰이 캐나다에서 포착됐다. 

지난 10월 3일 미국 언론 CNN은 연어를 먹지 못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회색곰 무리를 보도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 나이트인렛(Knight Inlet) 지역에서 살을 찌우지 못하고 삐쩍 마른 곰 무리가 발견됐다.

캐나다 해양수산부(Fisheries and Oceans Canada)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이 지역 연어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진을 찍은 지역 여행사 대표이자 사진가 롤프 하이커(Rolf Hicker)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곧 동면에 들어갈 곰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겨울을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9일 캐나다 반프(Banff) 지역에서는 겨울잠에서 일찍 깨어난 곰이 발견됐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을 처음 발견한 날이 작년에는 3월 19일이었던 것에 비해 20일 빨라졌다.

캐나다 국립공원 관리기관에 근무하는 블레어 파이튼(Blair Fyten)은 “따듯한 날씨가 조금 빨리 찾아온 것 같다”며 “이런 날씨에 곰이 일찍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 발견된 연어를 먹지못해 마른 곰 (사진 Rolf Hiker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캐나다에서 발견된 연어를 먹지못해 마른 곰 (사진 'Rolf Hicker'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굶주려 살을 찌우지 못한 회색곰 무리 (사진 'Rolf Hiker'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굶주려 살을 찌우지 못한 회색곰 무리 (사진 'Rolf Hicker'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5. 핀란드

핀란드에 사는 곰은 늦게 잠들어 일찍 일어났다.

핀란드 헬싱키(Helsinki)의 코르케아사리(Korkeasaari)섬에 위치한 코르케아사리 동물원은 지난 2월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동물원에 사는 곰 두 마리가 깨어났다고 발표했다. 동물원 측은 이 곰들이 평년에는 3월에 깨어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겨울잠에 들어간 시기도 평소보다 늦어 사육사들은 걱정이 크다. 이 동물원에 근무하는 사육사는 “곰이 보통 11월에 겨울잠을 시작하곤 했는데 지난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직전 잠들었다”고 말했다.

겨우 두 달 남짓 잠든 곰을 위해 동물원 측은 현재 두 마리 모두 울타리 안에서 보호 중이다. 곰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직후 계속 졸기 때문에 뛰어놀기 전 사육사들에 의해 집중 관리를 받는다.

사육사는 “엉덩이가 잠들기 전보다 조금 작아진 걸로 보아 두 달 자는 동안 살이 많이 빠지진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물원에 사는 곰은 겨울잠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먹이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잠에서 깬 지 얼마 안돼 졸린 곰 (사진 'Korkeasaari eläintarha'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겨울잠에서 깬 지 얼마 안돼 졸린 코르케아사리 동물원 곰 (사진 'Korkeasaari eläintarha'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코르케아사리 동물원에 있는 곰 (사진 'Korkeasaari eläintarha'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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