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문제에 코로나19 연결돼 있다" 생태학자의 경고

  • 김도담 기자
  • 2020.03.17 11:46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사진 최재천 페이스북)/뉴스펭귄

생태학자로서 오랫동안 환경운동에 앞장서 온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기후변화로 인한 신종 바이러스 창궐을 경고했다. 

최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초대 국립생태원장과 유엔생물다양성협약 의장,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장 및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를 지냈다. 

지난 3월 16일 국민일보는 최 교수와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불러올 전염병 위험에 대해 꾸준히 경고해온 그는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사라질 생물 다양성, 그 두 문제에 코로나19도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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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해 잘 살던 그 아이들이 우리한테 바이러스를 털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꾸 만들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2003년 창궐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각각 사향고양이와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감염됐다.

최 교수는 "박쥐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뿌릴 확률은 극히 낮다"며 "박쥐가 훨씬 자주 만나는 어떤 동물에게 옮겼고, 그 동물이 인간을 자주 만나는 바람에 제2, 제3의 숙주를 통해 온 거다. 이번에 천산갑이 중간숙주가 맞다면, 중국인들이 천산갑 비늘을 한약재로 쓰니까 가공하는 과정에서 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flickr)/뉴스펭귄

그는 앞으로도 야생동물이 전염병 주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화, 남획 등으로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지구에서 가장 흔한 동물이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다. 인간과 소·돼지·닭은 전부 다닥다닥 모여 있으니, 야생동물발 전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한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18년 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생물다양성 보존과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조류독감 등 대규모 전염병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유전적으로 다양한 개체가 섞여 있는 철새는 양계장 닭들처럼 (전염병으로) 몰살 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알을 고루 수입해 부화시키는 방법 등으로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조류독감 등 대규모 전염병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대형병원에서 인간의 특정유전자를 갈아 끼울 수 있는 시대가 되면 바로 그 획일화한 유전자 때문에 인류가 몰살 당할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수는 "지구의 역사에서 기후변화는 언제나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의 기후변화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이 난장판으로 살고 있는 생활방식(화석 연료 남용 등) 때문에 벌어지고 있으며 너무나 급속하게 진행돼 한동안 멈출 수도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내 평생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는 등 뭔가 느끼고 있지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는 모른다"라며 "미지근한 물에 들어가 있다가 물이 서서히 끓으면서 죽는 개구리 신세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스스로가 나서 에너지절약, 환경 파괴를 막는 생활 습관 변화를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재천 교수 주요 강연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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