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잃은 양산의 도롱뇽들, 살릴 방법은?

  • 조은비 기자
  • 2022.12.13 11:17

환경부 손놓고 있는 사이, 국제적 멸종위기종 '고사'위기
IUCN 양서류전문가가 직접 방한해 보호대책 촉구

경남 양산시 '사송 도롱뇽 서식지보호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IUCN 종보존위원회(SCC) 양서류전문가그룹의 부의장 아마엘 볼체(Amaël Borzée) 교수(사진 가운데)와 함께 고리도롱뇽 등의 서식지였던 사송신도시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경남 양산시 '사송 도롱뇽 서식지보호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IUCN 종보존위원회(SCC) 양서류전문가그룹의 부의장 아마엘 볼체(Amaël Borzée) 교수(사진 가운데)와 함께 고리도롱뇽 등의 서식지였던 사송신도시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경남 양산시 사송신도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된 고리도롱뇽과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IUCN 종보존위원회(SCC) 양서류전문가그룹의 부의장인 아마엘 볼체(Amaël Borzée) 교수가 최근 직접 양산을 찾아 고리도롱뇽을 보호 필요성을 역설하며 양산시와 관계 기관 등에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주문하고 나선 것. 우리 정부(환경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절멸을 막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안간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 살 집 짓느라 서식지 잃은 양산의 도롱뇽들
고리도롱뇽·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처한 상황은?

고리도롱뇽은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d)'에 해당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한국 고유종으로 경남에만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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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도롱뇽(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고리도롱뇽(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경남 양산과 밀양 일대에서 발견된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은 최근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됐다. 아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볼체 교수에 따르면 IUCN 적색목록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종이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사송신도시는 2023년 12월 완료를 목표로 경남 양산시 금정산 일대 약 276㎡에 조성되고 있다. 현재 4년째 공사가 진행중이다. 

고리도롱뇽은 금정산의 계곡에서 살다가 2~4월 산란기에 아래쪽으로 내려와 물웅덩이에 산란하는 특성이 있는데, 산란을 하러 내려왔다가 사송신도시 공사장 현장에서 맨홀, 비닐 방수포, 배수구 등에 고립돼 집단폐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사장 맨홀, 구조물, 배수관, 이음새에 고립된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사장 맨홀, 구조물, 배수관, 이음새에 고립된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사송택지개발지구 경계부 내 경관녹지에 30여 개의 임시서식지를 조성했지만 오수 유입과 관리 소홀로 인해 집단폐사가 반복해서 일어났다.

집단폐사한 고리도롱뇽 유생 (사진 사송 고리도롱뇽 서식처보전 시민대책위원회)/뉴스펭귄
집단폐사한 고리도롱뇽 유생 (사진 사송 고리도롱뇽 서식처보전 시민대책위원회)/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는 건천화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LH가 자연하천을 유지하지 않고, 물이 지하를 통해 큰 하천까지 유출되도록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 이에 따라 기존에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이 확인되던 곳에서도 계곡 건천화가 발생하고 있다.

물이 말라버린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 건천화가 심각하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물이 말라버린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 건천화가 심각하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양산시ㆍLHㆍ시민단체
함께 모여 보호 대책 논의

프랑스 출신 양서류 전문가 볼체 교수가 양산을 찾은 건 지난 9일. 그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이날 양산시의회 이종희 의장을 비롯해 양산시 관계자, LH양산사업단, '사송 도롱뇽 서식처보존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볼체 교수는 "도롱뇽 보호가 중요한 이유는 생물다양성의 가치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살아갈 미래 인류의 권리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라며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학계에 보고될 어떤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한국 내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질)와도 직결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양산시의회 이종희 의장, 아마엘 볼체 교수 (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왼쪽부터 양산시의회 이종희 의장, 아마엘 볼체 교수 (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이날 LH양산사업단은 양산시 수질관리과가 요청한 '부지 외 서식처 보호'에 대해 "(사업)지구 외 서식처는 사유지여서 함부로 서식처를 조성할 수 없고, (사업)지구 밖 부지 매입은 근거가 미약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개발 여파로 경암숲 내 소하천의 건천화 등 (개발)부지 외부 서식처의 악영향이 확인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자료를 양산시에 정리해 LH로 전달하고, 국토부와 환경부로 공유해 앞으로 (개발)부지 외 생태계에 대한 대응이 마련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암숲은 사송신도시 개발 현장과 인접한 곳으로, 서식처로서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멸종위기종 서식처가 법적으로 경관 녹지 내에 조성 가능한 시설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양산시 도시분과팀의 설명에 대해 "고리도롱뇽의 서식처는 다름 아닌 습지"라며 "이는 경관 녹지에 조성할 수 있는 연못에 준한다"고 답했다.

양산시 의회 관계자 등이 보호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양산시 의회 관계자 등이 보호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영구서식지 조성을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양산시 신도시지원과 관계자는 기존에 조성됐던 임시서식지의 미흡함에 아쉬움을 표하며 LH 측에 영구서식지를 조성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LH양산사업단 측은 "경관 녹지 내 습지 조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고 가능하다고 본다"며 타 지자체에서 경관 녹지와 완충 녹지에 멸종위기 양서류 서식처를 조성한 사례를 양산시에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분포조사할 것'
첫 걸음 뗀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보호

신종으로 구분되기 전에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던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보호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양산시의회 이 의장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과, 내년 3~4월 중 분포조사를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참가자들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주요 서식처인 외송천, 다방천과 관련해 대책이 세워질 수 있도록 양산시 건설하천과,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자연하천을 유지하지 않은 공사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건천화 문제도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공혜선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주기재 부산대 교수가 문제 제기를 했던 부분"이라며 "살짝 뭔가를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돌들을 들어내고 (공사를) 다시 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에서 사는 개체들은 아직 확실히 파악이 안 된 상황이다. 분포조사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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