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뻔한데 꿈 꿀 필요 있나요?" 정부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에 헌법소원 청구한 청소년들

  • 김도담 기자
  • 2020.03.13 14:02

청소년 단체가 정부의 소극적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다.

13일 오전 청소년기후행동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녹색법 시행령)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기후재앙을 막을 수 없다"며 국회와 대통령을 상대로 이날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청구인으로 나섰다.

청소년기후행동은 "한국은 온실가스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 규모로 다량 배출하는데도 2016년 녹색성장법 시행령을 개정을 통해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폐기하고 퇴행적인 수준의 2030년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31일 개정된 녹색법 시행령에는 10년 뒤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 배출량의 24.4%만큼 감축하는 목표가 적시됐다.

청소년기후행동은 "현행 감축 목표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에 이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 녹색성장법 제42조 제1항 제1호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아무런 조건 없이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 김도현 양은 "정부는 우리의 재앙을 알고도 방관하고 있다"며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후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9월 제가 만난 정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감축 목표가 그대로 간다면 2도 3도 넘게 상승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지금의 정부 정책이 현실적으로 최선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책임을 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13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소극적으로 규정한 현행법령은 청소년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인스타그램)/뉴스펭귄

고등학교 3학년생 김유진 양은 "저는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요즘 가장 많이 듣는다"며 "10년 뒤 기후위기 영향으로 우리 사회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면 지금 제가 꾸는 꿈들이 어떤 의미가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소송을 통해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미래를 보장받고 싶다. 현재 미래세대 모두가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법률대리를 맡은 이병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선언적이거나 실험적인 소송이 아니라 실제 승소할 수 있고, 승소해야 하는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운동연합은 청소년 기후 헌법소원에 대한 지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 지지 성명 전문이다.

'청소년기후소송, 국가는 기후정의로 답해야 한다'

오늘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19명의 청소년은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부의 기후 정책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청소년과 비청소년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이 소송이 단순히 정부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 기후 정의에 대해 국가와 그 헌법정신이 어떤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위험의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으며, 기후위기는 이러한 재앙을 동반하며 더 가속화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기후위기의 재앙은 청소년, 여성, 노인, 빈민 등 약자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닥쳐오기 마련이다. 이런 위협 속에서 한국의 대응은 매우 미진하며,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50 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제로’는 말뿐인 이상에 그쳤다. 결국 UN IPCC보고서가 제시한 1.5℃ 목표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나리오들만 내놓았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소년기후행동의 소송은 매우 반갑고 시의적절하다. 주지하다시피 헌법은, 재해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함으로써 국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현재까지의 감축 목표를 전면 수정·강화한 계획을 내놔야 함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천명하는 ‘기후위기대응법’, 온실가스 주범인 석탄발전소를 늦어도 2030년까지 퇴출하도록 하는 ‘석탄퇴출법’ 역시 조속히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소비주의와 공존의 가치가 결여된 성장주의가 초래한 것이 기후위기다. 그리고 기후정의란 그 과실을 많이 누린 이들이 그만큼의 책임을 지고, 전 지구적 재앙으로부터 약자를 위시한 모두를 지켜내야만 한다는 원칙일 것이다. 청소년들이 원고로 참여한 이번 소송의 전면적 승소를 바란다. 그 자신들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를 지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 원고단과 청소년기후행동에게 깊은 감사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다. 헌법재판소와 정부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기후정의에 입각한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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