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이 바보 벌 만든다"...농약에 뇌손상 입는 새끼 호박벌

  • 임병선 기자
  • 2020.03.14 08:00
꽃에서 꿀을 채취하는 호박벌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농약에 들어간 특정 성분이 새끼 호박벌 뇌를 망가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뇌가 망가진 벌은 능력이 떨어진 채 평생 살아간다.

농약은 서식지 감소, 기후위기와 함께 벌 멸종을 앞당기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3일(현지시간) 출판된 영국 왕립 생물학 학술지 '프로시딩스 오브 더 로얄 소사이어티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는 농약 살포가 벌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은 성체가 되기 전 농약 특정성분에 노출된 호박벌은 뇌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담았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 London) 소속 과학자들이 연구했다. 과학자들은 하나의 호박벌 개체가 농약에 흔히 쓰이는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 성분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정확히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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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은 꽃을 통해 섭취한 꿀을 벌집에 저장한다. 벌집에서는 이 꿀을 활용해 여왕벌이 낳은 후세대 벌을 기른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식물에 살포한 농약이 영향을 미친다. 일벌이 꿀을 모으는 과정에서 식물에 묻어 있거나 흡수된 농약이 꿀에 포함된다. 새끼 벌은 벌집으로 옮겨진 농약이 함유된 꿀을 먹고 자란다. 연구진 중 한 명은 이 과정을 “어머니 자궁 속 태아가 화학물질에 영향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벌집에서 활동하는 호박벌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과학자들은 CT촬영을 통해 비정상적인 새끼 호박벌 뇌 성장을 관찰할 수 있었다. 농약에 노출된 새끼 호박벌은 버섯체라고 불리는 학습 능력을 담당하는 곤충 뇌 기관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았다.

연구진은 벌이 후각으로 먹이를 찾는 과정을 재현해 정상 개체와 뇌 손상을 입은 개체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문제가 있는 개체는 정상 뇌를 가진 개체에 비해 후각 능력이 떨어졌고 꿀 채취 수행능력도 낮았다. 손상된 뇌는 해당 개체가 죽을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이 기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벌은 전세대 벌이 준 가르침을 정상적으로 학습하지 못했다고 추정했다. 벌은 군집 생활을 통해 생존하는 각종 방식을 터득하기 때문에 학습 능력은 벌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벌 군집은 유기체적으로 성장하는 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농약 성분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속도가 빠르다. 만약 손상된 뇌를 가진 벌들만 성체로 남게 되면 그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생존 방식 자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임페리얼 칼리지 생태학자 딜런 스미스(Dylan Smith)는 이 연구결과가 “농약이 벌 군집에 파고들어 군집을 위협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농약 사용이 호박벌 개체수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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