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박스에 스티로폼 완충재까지...각종 '핫한' 과대포장 젤리

  • 임병선 기자
  • 2020.03.09 13:46

과일박스 젤리, 젤리 도시락, 망고맛집 젤리 등 특이 포장 젤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과대포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젤리 업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자양강장제 맛, 아이스크림 맛 젤리 등 새로운 맛 젤리가 유행한 이후 특이한 포장을 가진 젤리가 인기다.

특이 포장 젤리는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모습을 통해 어필하고 있다. SNS 상에서 젤리 리뷰와 사진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네티즌 반응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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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과대 포장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포장해야 하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젤리 포장의 경우 실제 과일이나 타 즉각섭취식품과 달리 유통 과정 필요에 따른 포장이 아니다.

1. 과일박스 젤리

‘과일박스 젤리’는 대만에서 인기를 끈 제품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지난 6월부터 비슷한 한국 제품이 이마트에서 처음 판매된 데 이어 CU 편의점에도 판매 중이다. 1500원에 판매되는 이 제품은 작은 과일 박스 모양이다. 박스 겉면에는 실제 과일박스 박스에 인쇄돼 있을 법한 그림과 글씨가 적혀 있다.

CU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과일박스 젤리 (사진 CU 편의점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실제 과일박스를 포장할 때 쓰는 노끈도 재현돼 있다. 노끈은 원래 무거운 무게를 가진 과일이 상자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다. 노끈 아래 테이프가 붙어져 있는 것으로 볼 때 가벼운 젤리가 튀어나올 염려 때문에 노끈을 사용한 것 같지는 않고 디자인 요소로 보인다.

노끈을 잘라 박스 안을 보면 개별포장된 젤리 총 45개가 들어 있다. 젤리 하나 크기는 신권 10원 크기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젤리를 감싼 비닐 포장지는 커서 상자 안 군데군데 빈 부분이 많이 보인다.

2. 젤리 도시락

편의점 알바생이 보면 어떤 손님이 냉장고에 있어야 할 도시락을 젤리 코너에 꺼내 놨나 분노할 만큼 디테일한 부분까지 비슷하다. 제품명 ‘진수성찬 도시락’과 ‘쉐프의 도시락’은 CU 편의점에서 6500원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지난 3일 CU 편의점 공식 인스타그램에 소개됐다.

SNS 상에서 젤리도시락을 검색한 결과 화면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제품을 살펴보면 여러 종류 젤리가 CU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과 똑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겼다. 소비자가 전자레인지에 데울 수 있도록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 것일까. 도시락과 비슷하게 재현된 종이 띠에 인쇄된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면 젤리가 녹아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플라스틱 용기는 디자인 요소로 보인다.

용기 안에는 마시멜로, 당근 모양 젤리, 수박 모양 젤리, 닭발 모양 젤리 등이 들어 있다. 대부분 젤리를 먹는데 쓰지 않고 버려질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도 들어 있다.

3. 망고맛집 젤리

열대과일 망고는 충격에 의해 쉽게 품질이 저하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과일 유통 업체는 망고를 스티로폼 완충재로 보호한다.

망고 모양 플라스틱 용기 주변에 과일 포장에 쓰이는 그물처럼 생긴 스티로폼 완충재가 둘러져 있다. 만약 망고였다면 이런 포장에도 그나마 수긍이 갔겠지만 이 식품의 정체는 CU 편의점에서 1800원에 판매 중인 ‘망고맛집 젤리’다.

망고맛집 젤리 이미지 (사진 CU 편의점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완충재를 벗기고 플라스틱 뚜껑을 열어 보면 또다시 플라스틱 틀이 등장한다. 망고 젤리 총 4개가 이 플라스틱 틀에 들어있다.

중국 진장시(晋江市)에서 제조된 이 젤리는 CU 편의점 혹은 이마트몰,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망고처럼 완충재에 포장된 제품은 CU 편의점에서만 판매 중이다.

각종 젤리를 리뷰하는 한 블로거는 지난 29일 게시한 망고맛집 젤리 리뷰에서 “솔직히 젤리 포장으로는 과대포장이다. 아무리 봐도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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