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의 보석 캐시미어...알고보니 보석보다 귀한 몽골초원 사막화의 '주범'

  • 임병선 기자
  • 2020.03.06 16:19
캐시미어 스웨터 이미지 (사진 SSG닷컴)/뉴스펭귄

캐시미어 산업으로 인해 몽골 초원이 사라지고 있다. 유목민과 몽골 정부는 지속가능한 캐시미어 산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BB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캐시미어 산업이 몽골 초원과 유목민에게 주는 영향을 보도했다. 보도를 통해 지속성이 없는 캐시미어 산업 현황에 주목했다. 몽골에서는 캐시미어염소로부터 채취한 털을 가공해 이 소재를 만든다. 몽골 내 약 2700만 마리 캐시미어염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다음으로 큰 규모다.

특히 1990년대 몽골이 자본주의를 채택하면서 돈벌이가 되는 캐시미어염소 수가 급증했다. 1999년과 비교해 2019년 염소 수는 4배에 달한다. 몽골 전체 인구 중 약 40%가 캐시미어 산업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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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염소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하지만 캐시미어 산업에 위협이 닥쳤다. 유목민은 몽골 전역에 펼쳐진 초원에 캐시미어염소를 방목한다. 염소는 양과 달리 풀을 뿌리까지 파헤쳐 뜯어먹는 동물이다. 염소가 지나간 자리에서 새 풀이 자라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식물이 없어진 초원은 사막화에 더 취약해진다.

몽골은 그렇지 않아도 70년간 2도나 상승한 평균 기온으로 인해 넓게 분포하던 초원이 사막으로 변하는 중이다. 몽골 정부 산하 사막화방지연구소에 따르면 몽골 국토 중 76.9%가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와중 캐시미어염소가 과도하게 목축돼 이 현상을 가속한 것이다.

몽골 사막 이미지 (사막 flickr)/뉴스펭귄

이에 지속 가능한 캐시미어 산업 구조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환경 뿐만 아니라 종사자들을 위해서도 지속가능한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초원이 모두 사막이 돼 버리면 몽골 유목민 삶의 기반이 되는 캐시미어염소와 양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유엔은 유목민이 과도한 캐시미어염소 목축을 하게 된 원인이 유통방식에 있다고 봤다. 

캐시미어염소 털은 몽골에 가공업체가 몇 없어 원료 형태로 싼 값에 중국에 수출됐다. 또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유통 방식으로 인해 가공업체에 낮은 가격으로 넘겨졌다. 털 가격이 낮아지자 유목민은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키우는 가축 수를 늘려나갔다.

이에 몽골 정부와 유엔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몽골 자체적으로 캐시미어를 가공할 수 있도록 가공 설비를 늘렸다. 또 캐시미어염소 털을 담는 자루에 원산지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심어 정확한 원산지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유목민은 제 값에 염소 털을 넘길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에 회의적이다. 몽골에 머물고 있는 옥스퍼드대 트로이 스턴버그(Troy Sternberg) 지리환경학 박사는 “위치 추적 장치를 다는 것은 한계가 크다. 모든 물량에 다 적용할 수는 없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몽골 캐시미어를 고급화 전략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산업 종사자에게 실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어려서부터 염소 유목으로 생계를 이어 온 유목민 바트뭉흐(Батмөнх)는 “기후변화를 이겨 낼 방법을 찾겠다. 우리 유목민은 자연환경에 의존하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이어 “선조들이 준 자산을 죽여버릴 순 없다. 우리 자손을 위험과 불안정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몽골 초원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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