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도 전염병과 싸우는 중..."질병 근원은 한국 개구리"

  • 임병선 기자
  • 2020.03.04 14:30
항아리곰팡이에 희생된 개구리. 질병에 걸리면 피부가 빨갛게 변한다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전세계 양서류가 인간이 야기한 질병과 싸우고 있다. 양서류에게는 코로나19보다 무서운 치명적 질병이다.

1998년도에 처음 보고된 항아리곰팡이는 양서류 피부에 옮겨붙어 피부 조직을 구성하는 영양분을 먹어치운다.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에게는 치명적이다. 곰팡이가 붙은 양서류 개체는 거의 100%에 달하는 확률로 죽는다.

치사율이 높은데 전염 속도도 빠르다.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개체가 몸을 담갔던 물에 들어가기만 해도 전염될 수 있다. 이 곰팡이는 물 속에서 5~6주간 헤엄치며 살아남는다.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중미 지역을 휩쓸고 호주 동부 양서류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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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동 연구진이 2019년 3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곰팡이로 인한 양서류 질병이 재앙과도 같으며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이 곰팡이로 인해 전세계 총 501종 양서류 개체수가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이 무서운 질병 근원지는 한국 개구리였다.

다른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18년 5월 ‘사이언스’에 ‘아시아발 항아리곰팡이가 전세계 양서류 감소를 야기했다’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이전까지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던 이 곰팡이 근원지를 한국으로 지목했다.

과학자들은 유럽에서 ‘애완용’으로 인기가 많았던 한국산 무당개구리(학명 Bombina orientalis Boulenger)를 통해 전염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항아리곰팡이 발생 시기와 애완용 무당개구리 유행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 개구리 표본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질병 유행보다 훨씬 전인 1900년대 채집된 한국 무당 개구리 표본에서 항아리곰팡이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항아리곰팡이를 가진 무당개구리가 애완용으로 수입되면서 질병을 옮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무당개구리를 비롯해 아시아에 서식하는 양서류는 대체로 이 곰팡이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어 개체수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유럽에서 애완용으로 인기를 끈 무당개구리 (사진 한국생물자원관)/뉴스펭귄

각국에서는 양서류 보존을 위해 대책을 세웠다. 항아리곰팡이 때문에 생물다양성에 큰 피해를 입은 호주는 모든 살아 있는 생물, 식물과 씨앗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백신을 개발하는 한편 미생물을 양서류 피부에 활성화시켜 질병을 방지하려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양서류를 지키려는 과학자들과 시민이 모여 양서류 생존 연합(Amphibian Survival Alliance)이라는 단체도 설립했다. 양서류 멸종을 막기 위한 이 단체는 2013년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양서류 생존 연합에서 진행한 도로에 올라온 두꺼비를 구조하는 활동 (사진 Amphibian Survival Alliance 페이스북 캡처)

양서류도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았다. 위에 언급한 2019년 발표된 같은 논문에서 일부 양서류가 항아리곰팡이에 내성이 생겨 개체수가 다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여전히 양서류 39% 종은 개체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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