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저감노력 '거의 다 낙제점'

  • 남주원 기자
  • 2020.03.04 14:24
4일 그린피스는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사진 '그린피스'제공)/뉴스펭귄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마트만 겨우 'C', 나머지는 모조리 'F'다.

그린피스코리아는 국내 5대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 하나로마트, 메가마트)가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어떤 노력을 전개했는지 평가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해당 대형마트들은 2018년 환경부와 '1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맺은 업체들이다.

그 결과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이마트는 'C', 나머지 4개 업체는 모두 'F'로 낙제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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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항목은 크게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노력', 'PB상품 및 협력사와 협업을 통한 감축 노력', '소비자 참여 유도 및 사내 감축 노력'으로 나뉘었고, 그에 따라 A~F 등급이 매겨졌다. 

국내 5대 대형마트 보고서 설문결과(사진 '그린피스'제공)/뉴스펭귄

종합점수에서 이마트는 5개 마트 중 그나마 가장 높은 ‘C’를 받았다. 그린피스는 이마트가 제조사와 협력해 우유 2팩 포장에 사용됐던 손잡이 달린 비닐봉지를 얇은 띠로 변경하고, 전통시장에 다회용 장바구니를 무상 제공하는 등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업체들과는 상반되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집계, 관리하고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은 다회용 장바구니 보급과 플라스틱 회수함 설치 등 기존 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F'등급인 나머지 마트 가운데 홈플러스는 사내에서 텀블러 사용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조치가 없었다. 

롯데마트는 마트 내 빈병 수거함을 비치하고, 녹색소비자연대와 일회용품 줄이기 업무 협약식도 진행했지만 그 외 특별한 방안을 도입하지는 않았다. 베트남 호찌민 롯데마트 매장에서 비닐 포장 대신 바나나 잎으로 포장한 채소를 판매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는게 그린피스의 설명.

하나로마트는 생분해 비닐 및 종이 봉투를 제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생분해 플라스틱 분해의 필수 조건인 ‘매립’의 비율이 국내는 4.6% 밖에 안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그린피스는 판단했다.  

메가마트는 플라스틱 합성수지 사용량을 매년 25%씩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목표 대비 실제 감축량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메가마트는 협력사와의 협업 및 소비자 참여 유도 측면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어떠한 사례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대형마트 '웨이트로즈' 옥스포드 지점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리필 스테이션’. 소비자는 개인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 제품을 담아갈 수 있다(사진 '그린피스'제공)/뉴스펭귄
디스펜서와 재사용 용기 활용을 통한 위생용품 구매(사진 '그린피스'제공)/뉴스펭귄

한편, 국내 마트들의 저조한 성적은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해외 대형마트와 크게 대비된다. 그린피스가 2018년 설문을 진행했던 영국 10대 마트 중 모리슨(Morrisons), 테스코(Tesco), 웨이트로즈(Waitrose), 세인즈버리(Sainsbury’s) 등 4곳은 소비자가 다회용 용기를 가져오면 고기나 생선 등의 제품을 담아갈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곡물, 말린 과일 등을 소분해 판매하는 대신 디스펜서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 다회용 용기에 담아가게 하는 시스템과, 과일 포장재를 없애기 위해 껍질에 미세 레이저로 산지 정보를 새기는 레이저 라벨링 등은 해외에서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국내 대형마트(사진 '그린피스'제공)/뉴스펭귄

그린피스 김이서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그동안 대형마트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의 처리와 그에 따른 비용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며 “유통사는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 포장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줄이기를 강제할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대형마트는 PB상품을 직접 제조하고 유통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제조사의 제품을 매대에 올릴지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요 3사로 불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첨예한 환경 과제인 플라스틱 줄이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감축 목표를 제시한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이제 국내 마트들도 해외 마트처럼 소비자에게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시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4일부터 2주간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전광판을 통해 대형마트들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노력 점수를 시민에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2018년부터 영국, 미국, 스페인 등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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