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사라지고 땅 드러나, 펭귄 볼 낯이 없다" 남극 연구원의 고백

  • 김도담 기자
  • 2020.02.26 14:10
남극의 펭귄들 (사진 정진우 제공)/뉴스펭귄

전 세계가 기온 상승으로 '겨울답지 않은 겨울'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남극 연구원으로부터 '기후 위기'에 놓인 극지 생태계 상황이 전해졌다.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빙하가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은 남극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자연 현상이 됐다. 극지연구소 소속으로 지난 8년간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한 조류번식생태연구자 정진우(38) 씨가 현지 상황을 전했다.

정 씨는 2011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만 8년동안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에서 펭귄들의 번식 생태를 연구했다. 현재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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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지난 25일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빙하가 녹아 땅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기지 앞에는 마리안소만이라는 오목한 바다가 있는데, 이곳 안쪽에는 빙하가 넓게 위치한다"며 "매번 방문할 때마다 떨어져내리는 빙하를 여러 번 목격했는데  2016년에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빙하 안쪽에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극 대륙의 평균 기온은 과거 50년에 견줘 거의 3도 가까이 치솟았으며 최근에는 사상 최고 기온인 20°C를 기록했다. 눈과 얼음이 녹아 진흙 범벅 상태의 펭귄 사진이 확산하면서 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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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극은 기온이 오르며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 지구온난화로 남극에 내리는 비는 펭귄의 체온을 급격히 떨어트려 이들의 생존까지 위협한다.

정 씨는 "남극 폭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남극은 워낙 건조한 상태라 사막에 비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펭귄 새끼는 솜털을 가지고 있어 추위에는 잘 버틸 수 있어도 몸이 젖으면 체온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남극에 비가 자주 내리게 되면 새끼들이 몰살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를 포함한 최근 많은 연구에서 아남극권(남위 45~55도)의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아델리펭귄과 턱끈펭귄의 개체수는 감소하고, 젠투펭귄은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비교적 따뜻한 장소에서 번식하던 젠투펭귄이 올라간 기온 상황에서 더 유리할 수 있는 반면, 아델리펭귄과 턱끈펭귄에게는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최근 남극반도 주변에서 아델리펭귄과 턱끈펭귄의 번식쌍 수는 젠투펭귄과는 다르게 크게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턱끈, 아델리, 젠투펭귄 (사진 정진우 제공)/뉴스펭귄

정 씨는 지구 온난화가 극심해져 남극 해빙과 빙하가 감소하게 되면 모든 남극 펭귄에게 치명적인 상황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남획으로 사라져가는 남극의 크릴(krill)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정 씨는 "크릴은 해빙 의존성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남극의 겨울기간 해빙의 면적과 중요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온난화로 해빙이 감소하면 크릴이 감소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모든 펭귄이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된다. 크릴은 펭귄뿐만 아니라 고래, 해표 등 남극에서 서식하는 대부분의 동물의 먹이원이다. 크릴 감소는 남극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크릴은 해빙 아래에서 번성하는데 기후변화로 남극 해빙이 줄어들면 크릴 또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크릴에 의존하는 많은 동물들이 따라서 줄어들게 된다. 기후변화를 막는 것과 더불어, 크릴의 보존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식품으로 크릴오일이 각광받는 것과 관련해 그는 "크릴을 먹는 펭귄의 최대 라이벌이 고래가 아닌 사람이 된다고 하면 펭귄들을 볼 낯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릴 새우(사진'flickr')/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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