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넘사벽' 스킨케어 여행..."먹지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 남주원 기자
  • 2020.02.26 13:58
남극해 근처 누렇게 변색한 어미 범고래와 갓 태어난 새끼(사진 'Marine Mammal Science')/뉴스펭귄

고래가 매년 수천 킬로미터의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이유가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래는 플랑크톤과 물고기가 풍부한 남극해에서 먹이활동을 하는데, 일 년에 한 번씩 아열대 해역으로 매우 긴 여정을 떠난다. 훌륭한 식량 원천을 놔두고 굳이 먼 곳으로 옮겨가는 고래의 수고스러운 행위는 여지껏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으며 아마도 먹이나 출산, 번식 등을 위해 따뜻한 북쪽으로 가는 것이라는 주장들이 제기돼 왔다. 

이에 오리건대학교 해양포유류연구소의 로버트 피트먼(Robert Pitman)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고래의 장거리 여행이 '최상의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해양 포유동물 과학(Marine Mammal Science)' 최신호에 새로운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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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다에서는 피부관리가 어려워 고래들은 누렇게 변색된다(사진 'Marine Mammal Science')/뉴스펭귄

남극해 근처의 고래는 '규조(珪藻)'라는 미생물이 덮여 새하얬던 배가 누렇게 변색된다. 원래 고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층층이 쌓인 규조 및 박테리아, 오래된 피부를 지속적으로 털어낸다. 하지만 차가운 바다에서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피부세포가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피부에 붙어있는 규조나 오래된 피부층 등이 떨어져 나가지 않아 남극 주변 고래의 배는 누렇게 된다. 

인간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때를 밀어내는 것처럼, 고래 또한 따뜻한 아열대 해역으로 '피부미용 여행'을 떠난다는 것. 이것이 피트먼 연구진의 새로운 주장이다.  

연구팀은 4종의 범고래 62마리에게 위성추적기를 부착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관찰했다. 그 결과 남극해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4종의 범고래 모두 최장 1만1000㎞의 왕복 여행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고래의 이동 경로는 매우 빠르고 직선으로 이뤄졌으며 깊숙히 다이빙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배가 흰 고래들은 최근 따뜻한 해역을 다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연구 과정에서 남극해에서 갓 태어난 새끼 범고래를 조사한 결과 고래가 출산이나 수유를 위해 꼭 따뜻한 해역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알렸다. 

이하 범고래(사진 'Center For Whale Research')/뉴스펭귄
(사진 'Center For Whale Researc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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