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산업' 종식이 목표"...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 임병선 기자
  • 2020.02.20 10:02
유통기한 지난 도넛을 먹는 곰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공식 유튜브 캡처)/뉴스펭귄

‘곰에게도 귀천이 있다’는 말이 있다. 지리산에 방사된 ‘귀한’ 곰은 다칠세라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된다. 농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살아가는 ‘천한’ 곰은 인간이 건강식품으로 먹을 쓸개(웅담)를 제공하기 위해 10살 무렵 죽임을 당한다.

사육곰 구조 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20여 년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웅담 거래를 위한 곰 사육을 합법화해 문제를 키운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2019년 2월 출범해 사육곰 사육 실태를 알리고 곰 사육 사업을 종식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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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규 대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공식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Q.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어떤 단체인가요?

A. "저희는 곰 생츄어리를 만들어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민간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Project Moonbear)입니다. 뜻이 맞는 10여 명의 활동가가 모여 단체를 결성했고 수의사, 동물훈련사 등 동물 관련 전공자와 디자이너, 작가, 학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사람들이 모두 무급으로 시간을 쪼개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생츄어리라는 말은 국제적으로 갈 곳 없는 사람이나 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을 가리키는 용어로 통용됩니다. 국제동물생츄어리연맹(Global Federation of Animal Sanctuaries)은 생츄어리 인증을 발급하기도 합니다. 저희 목표는 ‘곰 생츄어리(보호 시설) 건립 및 운영’, ‘사육곰 구조 및 농장 종식’, ‘갇혀 사는 야생동물의 복지 연구’,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대중 교육’입니다"

Q. 사육곰 산업에 관심이 생긴 계기는?

A."사육곰 산업에서 동물 학대 문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정부가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는 농장에서 수많은 곰이 이미 학대받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새로 곰을 복원한다는 모순에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때부터 간헐적으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노력이 있었지만, 매번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곰들은 계속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해외 생츄어리에서 보호되고 있는 사육곰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제공)/뉴스펭귄

Q. 직접 목격한 곰 사육 실태, 어땠나요?

A."2018년 11월 베트남, 캄보디아의 곰 생츄어리를 방문해 국제적 조직으로 운영되는 생츄어리를 견학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 곰을 잡아먹는 것이 불법이지만 행정력 부족으로 여전히 곰을 사육해서 쓸개를 빼먹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인 고객이 많았고 심지어 한국인이 베트남에다 사육곰 농장을 차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국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한국인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2019년 2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사육곰 농장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사육곰협회와 동물자유연대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의아하시겠지만, 사육곰협회의 구성원들 대부분도 웅담 거래가 줄어들면서 경제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더이상 사육곰 산업에 종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곰을 매입해 보호한다면 모두 매각할 의향을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사육곰 산업은 사실상 국가에서 장려하고 보호한 동물학대산업이기 때문에 국가가 그 해결의 책임과 실마리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Q.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A. "2019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여러 농장 사육곰에게 해먹을 달아주고 단호박, 사과 등을 사다 주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농장주들이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농장조사를 하면서 몇 군데 농장주를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소방서에서 버리는 폐소방호스를 얻어다 해먹을 엮어 곰에게 달아주었는데, 해먹을 처음 보는 곰들이지만 하나같이 신나서 올라가고 그 위에서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동물보호단체들과 협업을 통해 빠듯한 예산을 가지고도 무사히 해냈습니다.

활동가들은 틈틈이 강연했습니다. 시민단체, 학교 등에서 저희 활동을 보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사육곰 산업의 현실을 알렸습니다. 생각보다 이 비극을 알고 계신 분이 적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9년 가을에는 ‘웅담 대신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한강공원에서 시민분들과 가벼운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웅담을 먹기보단 운동을 하는 게 맞습니다. 웅담으로 대표되는 보신 문화가 비과학적이라는 사실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시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것이 산업적으로 악용되고 오용되면서 문제가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곰이 사용할 해먹을 만드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공식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해먹을 처음 접한 사육곰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공식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공식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Q. 2020년 새로운 계획이 있나요?

A.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농장에서 비참한 삶을 사는 사육곰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낫게 할 수 있는 노력을 지난해처럼 꾸준히 할 예정입니다. 작년에 환경부가 예산을 세웠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삭감해버린 곰보호시설 예산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시민단체,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를 이어나가려 합니다. 무엇보다 더 많은 분이 이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 9월 개최한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발표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공식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Q. 앞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지금의 상태가 지속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계속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심지어 시민단체도 곰에게 어떤 것이 좋은지 모르는 채로 구호만 내 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동물에 대한 무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Q. 음식물 먹는 곰 동영상이 충격이었죠. 예전부터 그랬던 건가요?

A. "사육곰 농장이 급속히 늘어난 80~90년대에는 주로 개사료를 많이 먹였다고 합니다. 개사료는 곰에게 영양적으로 나쁘지 않은 사료입니다. 음식물 찌꺼기보다 비싸지만, 당시에는 곰 쓸개가 잘 팔리고 곰 고기나 기름도 팔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아서 개사료를 사먹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웅담 소비가 줄어들고 웅담 외의 부위는 판매금지가 되면서 사육곰 농장에서는 사육비를 아끼기 위해 빵공장이나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 무료로 얻어다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규모가 큰 농장일수록 음식물 찌꺼기를 많이 먹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2020년 첫 활동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공식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지난 18일 SNS 채널을 통해 2020년 첫 활동을 알렸다. 단체 측은 “공주대학교 특수동물학과, 충북대학교 수의대 학생들과 함께 청주동물원에 있는 초식동물을 위한 행동풍부화(동물이 먹이를 먹거나 여가를 보낼 때 자연에서 이루어질 법한 행위를 재현해주는 것) 도구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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