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㊾] 시흥시가 농수로에 설치한 '개구리 사다리'

  • 남주원 기자
  • 2022.05.22 00:00
농수로에 빠져서 나올 수 없는 수원청개구리 (사진 Amaël Borzée 박사)/뉴스펭귄
농수로에 빠져서 나올 수 없는 수원청개구리 (사진 Amaël Borzée 박사)/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경기도 수원시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에 지명이 붙은 멸종위기종 수원청개구리 보전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시흥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2곳이 시흥시 환경정책과와 함께 호조벌 일원 농수로에 '개구리 사다리'를 설치했다.

수원청개구리를 비롯해 호조벌에 서식하는 금개구리,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 양서류를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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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 사다리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개구리 사다리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개구리 사다리는 깊고 미끄러운 농수로에 빠진 양서류가 사다리를 타고 논으로 올라올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영국 로즈디자인서비스가 고안한 형태에 기초해 국내에 도입됐다. 영국에서 맨홀에 빠진 개구리나 두꺼비의 약 80%가 사다리를 통한 탈출에 성공해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호조벌 일대에 개구리 사다리를 설치해온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관계자 김찬 씨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총 두 차례 공식 활동을 했다. 그외에도 답사 및 추가 설치 부분 논의 등 수차례 찾아가 관련 작업을 했다"라고 19일 뉴스펭귄에 전했다.

지난해에는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과 시흥환경운동연합이 개구리 사다리를 설치했으며, 올해는 LG유플러스 지원을 받아 시흥시도 함께 나섰다. LG유플러스 측은 ESG 사업 일환으로 개구리 사다리 설치 활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해에는 개구리 사다리를 공식적으로 4개, 비공식적으로는 2개를 추가 설치했다"라며 "올해는 원래 10개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농수로에 물이 가득 차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사다리 설치와 관련된 장비는 모두 준비돼 있는 상황이므로 물이 빠지면 바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수로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는 개구리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농수로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는 개구리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호조벌은 시흥시 중앙부를 차지하는 벌판으로 넓이가 약 150만 평에 이른다. 300여 년 전 경작지 확보와 여름철 홍수·가뭄 등 자연재해를 이겨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축구장 약 600배 규모 친환경 논이 분포해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곳곳에 '수직 콘크리트 농수로'가 설치돼 있어 양서류가 이동하기 쉽지 않다는 것. 농수로는 농업용수의 취수시설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설치한 수로를 말한다. 농민들이 원활한 경작을 위해 만든 수직 콘크리트 농수로가 개구리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와 현재의 농수로 차이. 현재는 농수로가 콘크리트로 돼있어 개구리가 빠지면 미끄러운 벽면을 올라올 수 없으므로 죽는 경우가 많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과거와 현재의 농수로 차이. 현재는 농수로가 콘크리트로 돼있어 개구리가 빠지면 미끄러운 벽면을 올라올 수 없으므로 죽는 경우가 많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김 씨에 따르면 현재 호조벌에 서식하는 수원청개구리 개체수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프랑스 출신 양서류 전문가 아마엘 볼체(Amaël Borzée) 박사가 2019년 호조벌 일대를 방문해 조사했을 당시 수원청개구리 5~10마리가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김 씨는 "이처럼 개체수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수원청개구리 크기가 작은 데다가 주로 낮에는 숨어 있고 밤에 활동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울음소리로 파악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수원청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1980년 수원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몸길이 25~40mm로 한국에 서식하는 개구리 중 가장 작다. 국내에서는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 전 세계적으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과 시흥환경운동연합은 올해 하반기인 9~10월에 개구리 사다리 보수 및 추가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제공)/뉴스펭귄
(사진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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