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즙' 위해 철창에 갇혀 음식 쓰레기 먹으며 사는 곰 (영상)

  • 임병선 기자
  • 2020.02.17 15:52

한국에는 철창 안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살아가는 곰이 있다. 사육곰 구조 단체가 사육곰 사육 실태를 알렸다.

지난 16일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유튜브 채널에는 ‘유통기한 지난 도넛을 먹고 눈을 모아서 잠자리를 만드는 사육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에는 한 사육 농장 철창 안에 갇혀 사는 곰 모습이 담겨 있다.

아시아 흑곰 혹은 반달가슴곰이라고 불리는 이 곰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레드 리스트에는 멸종 취약종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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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아시아 흑곰(반달가슴곰)은 멸종취약종으로 분류된다(사진 )/뉴스펭귄

영상에서 곰은 카메라를 든 사람이 접근하자 밥을 달라는 듯 좁은 철창 사이로 코와 잘린 한쪽 발을 내민다. 큰 곰의 덩치에 비해 철창 안은 매우 좁아 보인다.

주둥이와 잘린 손을 철창 밖으로 내미는 곰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또 다른 곰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도넛을 핥다가 한 입 베어먹고 다시 카메라를 쳐다본다. 영상을 올린 단체 측은 이 도넛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 쓰레기라고 설명했다.

유통기한 지난 도넛을 먹는 곰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식사를 마치자 곰은 다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다. 이내 차가운 눈과 흙을 긁어모아 잠을 청한다.

눈과 흙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드는 곰 (사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단체 측은 “눈이 오자 작년 이맘때 농장을 조사하며 만났던 곰들이 떠올랐다”며 영상을 게재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한때 수많은 곰이 살았을 철창이지만, 세 마리만이 남아 유통기한 지난 도넛을 먹으며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곰은 국내 한 농장에서 쓸개와 쓸개즙을 채취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사육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곰 쓸개나 쓸개즙 채취를 목적으로 곰을 사육하는 것이 합법이다. 이런 곰을 사육곰이라 부른다. 10살 이상이 되면 곰을 도축해 쓸개를 판매할 수 있다. 살아 있을 때 배에 주사기를 꼽아 쓸개즙을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정부에 의한 관리, 감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 등은 지난 9월 사육곰 사육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1981년 정부 권장으로 시작된 사육곰 산업은 사실상 사양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남은 사육곰은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6월 기준 479마리의 곰이 비슷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곰을 가축으로 사육하는 것이 합법인 나라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밖에 없다.

이 영상을 게재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측은 "사육곰을 구조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생츄어리(보호구역)를 만들고자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19년 2월 설립 이후 곰 농장주와 시민의 뜻을 모아 정부에 ‘곰 생츄어리 조성을 위한 행동’을 요구해왔다. 또 각종 매체를 통해 사육곰의 사육 실태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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