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원수는 초콜릿... 카카오 농장 때문에 멸종위기

  • 임병선 기자
  • 2020.02.14 18:23

밸런타인데이 때문에 더 많은 원숭이들이 멸종할지도 모른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기간은 초콜릿 소비량이 월등히 높아지는 시기다.

초콜릿 원료는 카카오다. 카카오 열매 씨를 가공한 카카오 매스 또는 카카오 버터에 재료를 혼합해 초콜릿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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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스콧 맥그로우(Scott McGraw)는 카카오 최대 산지인 코트디부아르의 불법 카카오 농장 확장 때문에 해당 지역 영장류가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트디부아르에 서식하는 롤로웨이 원숭이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롤로웨이 원숭이는 멸종위기 취약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사진 IUCN 제공)/뉴스펭귄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는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카카오 원료 1/3 이상을 생산한다.

맥그로우는 2015년 3월 학술지 ‘열대 보존 과학(Tropical Conservation Science)’에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은 개발과 농작이 금지된 국립 공원 지역 대부분이 이미 불법 농장에 의해 파괴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숲이 파괴되면서 해당 지역에 살던 영장류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연구가 진행된 2013년 기준 보호 구역의 약 74%가 이미 카카오 농장으로 변해 있었다. 해당 지역에 서식하던 생물의 종보전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논문은 카카오 농장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냈기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주장한다.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는 나무에 충분한 햇빛을 공급하는 재배 방식을 쓴다.

원래 코트디부아르의 숲에는 키가 큰 나무가 자생하기 때문에 카카오 나무를 심으려면 햇빛을 가리는 나무를 베내야 한다. 때문에 불법 농부들은 해당 지역의 나무를 모두 베내고 그 자리에 카카오 나무를 심는다.

영장류는 나무에 매달려 생활하기 때문에 서식 환경에 숲이 필수적이다.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영장류를 조사한 결과 롤로웨이(Roloway) 원숭이와 검댕망가베이(Sooty mangabey) 두 종은 아주 적은 개체가 남아 있었다. 롤로웨이 원숭이와 검댕망가베이는 각각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레드 리스트에 위기와 취약 등급으로 분류된다.

코트디부아르에 서식하는 검댕망가베이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검댕망가베이는 멸종위기 취약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사진 IUCN 제공)/뉴스펭귄

이 지역 원숭이들은 키 큰 나무에 열리는 열매를 먹이로 삼는다. 삼림 파괴로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사라지며 먹이가 부족해진 원숭이들은 그 수가 자연히 줄어들었다.

또 원숭이는 고기를 노린 지역민에 의해 밀렵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롤로웨이 원숭이는 다른 종에 비해 시끄러운 편이라 쉽게 사냥꾼의 표적이 된다.

맥그로우는 이런 위협이 두 종류의 원숭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숲이 망가지면 결국 코트디부아르 모든 영장류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안은 있다. 카카오 농장이 그늘에서 카카오 열매를 기르는 농법을 채택하면 카카오를 기르면서도 삼림을 보존할 수 있다. 맥그로우는 농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그늘에서 카카오를 기르는 방식을 전파하고 있다.

에콰도르에 서식하는 검은머리거미원숭이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검은머리거미원숭이는 멸종위기 준위협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사진 IUCN 제공)/뉴스펭귄

초콜릿이 영장류를 죽이는 일은 코트디부아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에콰도르서도 카카오 농장 때문에 원숭이가 죽는다. 에콰도르에 위치한 카카오 산지인 '초코 우림(Chocó Rainforest)'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초코 우림'은 250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고 추정되는 검은머리거미원숭이(Brown-headed spider monkey)의 최대 서식지다. 총 개체의 2/3가 해당 지역에 살고 있다고 여겨진다.

검은머리거미원숭이는 IUCN 레드 리스트에 위급 단계로 분류돼 있다. '초코 우림' 문제를 세상에 알린 환경운동가 미카 펙(Mika Peck)은 독일 언론 DW와의 인터뷰에서 "충분한 돈을 받지 못하는 에콰도르 소작농들은 초코 우림의 나무들을 불법으로 잘라 내고 카카오 농장을 만든다"고 말했다.

미카 펙은 농부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의 농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불법으로 카카오 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을 설득해 삼림을 파괴하지 않고 카카오를 재배하도록 했다. 미카 펙이 2017년 설립한 와슈(Washu) 초콜릿은 자신들을 ‘멸종위기인 검은머리거미원숭이의 집을 지키는 초콜릿 회사’라고 소개한다.

오늘 당신이 먹은 초콜릿은 원숭이의 서식지를 위협해 만들어진 음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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