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에 총을 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 임병선 기자
  • 2020.02.13 11:19
펜서콜라 해안에서 발견된 총에 맞아 숨진 돌고래(사진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 제공)/뉴스펭귄

최근 미국에서 돌고래 두 마리가 총에 맞은 채 발견됐다. 한 마리는 펜서콜라(Pensacola) 해변에서 발견됐고 옆구리에 총알이 박혀 있었다. 나머지 한 마리는 칼에 찔리고 머리에 총알이 박혀 죽은 상태로 네이플스(Naples) 해안에서 발견됐다.

돌고래들에게 총을 쏜 사람들은 누구일까?

네이플스 시 해안에서 발견된 돌고래의 머리에 총 맞은 자국이 선명히 남았다. (사진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뉴스펭귄

이 사건을 조사한 플로리다 어류야생동물관리국(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과 미국 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이하 NOAA)은 돌고래들이 사람이 던져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정일 뿐 확실한 것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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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돌고래의 고기를 섭취하기 위해, 혹은 부산물을 얻기 위해 돌고래를 잡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사체가 버려졌다는 점에서 ‘식용’을 목적으로 한 사냥은 아닌게 분명하다. 고기나 부산물을 위해서라면 사체를 수거하겠지만 플로리다의 죽은 돌고래는 총상, 자상 등 외에는 사체 손상 없이 버려진 채 발견됐다.

그렇다면 돌고래가 인간을 공격하려다 총과 작살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을까? 하지만 그동안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돌고래가 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접근했다는 보고는 단 하나도 없다.

다만, 돌고래가 먹이를 주는 인간을 따르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왕왕 발생한다.

2017년 영국 브리스톨대 수의학자 앤드류 버터워스(Andrew Butterworth) 등이 학술지 프론티어스(Frontiers)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돌고래들이 조업중인 선박에 접근했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돌고래들이 먹이를 주는 인간을 쫓아다니는 습성이 있고, 이는 조업중인 선박에 접근하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부상을 당한다는 것.

이번 플로리다 사건을 조사한 NOAA의 돌고래 전문가 스테이시 호츠먼(Stacey Horstman)도 “돌고래들이 사람과 교류하기 시작하면 먹이를 받아먹게 되고, 몇 차례 먹이를 받아먹다 보면 먹을 것을 찾아 사람들을 쫓아다닌다”고 했다.

여기에서 이들 돌고래가 총에 맞을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가 드러난다.

돌고래들이 조업중인 어선 곁에서 유영하다가, 어부들이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던진 미끼를 먹거나 낚시줄에 걸리거나 그물을 흩뜨려 놓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에 어부들은 선박에 접근하는 돌고래를 살해할 충분한 ‘동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에 의해 돌고래를 살해한 혐의로 한 어부가 기소된 사건을 보면 그 동기는 더욱 뚜렷해진다. 이 어부는 돌고래가 조업을 망쳐놓는 바람에 총을 쏘거나 파이프 폭탄을 던졌다고 밝혔었다.

이번에 돌고래들이 숨진채 발견된 플로리다 해안과 바로 옆 걸프 만은 조업과 양식이 활발히 이뤄지는 해역이다.

미국에서는 2002년부터 최소 29마리의 돌고래가 총이나 화살, 작살에 희생됐다. 사체가 발견되지 않거나 살해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를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특히 2011년 이후 총에 맞아 죽은 돌고래가 발견되는 일은 급격히 증가했다.

따라서 돌고래가 불의의 희생을 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는 인간들의 행위가 당장 멈춰야 한다. 미국 해양포유류보호법은 야생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거나 접근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인간들의 ‘베품’은 그치질 않는다.

호츠먼은 NOAA를 통해 “사람들이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끔찍한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리기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NOAA는 범인을 찾아 돌고래에게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들을 방지하기 위해 모두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NOAA와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사건 해결을 위해 2만달러(한화로 약 2300만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끔찍한 돌고래 살해를 저지른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을 주면 현상금을 지급한다.

희생된 돌고래는 병코돌고래 혹은 큰돌고래로 불리는 종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레드 리스트에는 관심 필요 단계로 분류된다.

(사진 IUCN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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